애플과 마이크론이 메모리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공개적으로 충돌하며,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격 인상 책임론이 갈등 불씨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을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대홍수"라고 표현하며, 공급 부족 사태를 가격 인상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애플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과 가격 급등을 이유로 주요 제품의 가격을 전격 인상한 상태다.
맥북(MacBook), 아이패드(iPad), 애플 TV, 홈팟(HomePod), 비전 프로(Vision Pro) 등 다수의 제품군이 포함되었다. 모델에 따라 최소 30달러에서 최대 1,300달러(맥 스튜디오 등)까지 가격이 인상되었으며, 일부 제품은 10~20%가량, 특정 모델은 30~5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애플은 AI 데이터 센터 확장에 따른 메모리 및 스토리지 수요가 폭증하면서 부품 가격이 유례없이 빠르게 상승했고, 더 이상 이러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이 가격 인상의 원인을 메모리 공급난으로 돌리자, 메모리 공급업체인 마이크론 측은 고객사(애플)의 과거 과도한 가격 압박과 그로 인한 투자 위축이 현재의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며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수밋 시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WSJ 인터뷰를 통해 "일부 고객사가 바닥 수준의 가격을 요구하며 과도한 가격 압박을 가했고, 이로 인해 설비 투자가 위축된 것이 결과적으로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의 '힘의 균형' 변화
이번 설전은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업체(메모리 제조사)로 이동했음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애플은 막대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가격 인하를 주도해왔으나, 이제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공개적으로 애플을 비판할 정도로 위상이 달라졌다.
애플, 중국 CXMT 메모리 사용 추진
애플은 협상력 약화를 타개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 사용을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CXMT가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1260H)' 명단에 올라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장기공급계약(LTA),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
메모리 거래 방식은 기존의 단기 협상 중심에서 장기공급계약(LTA) 구조로 재편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이미 16건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며,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설비 투자를 위한 거래 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