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에서 대규모 이민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수만 명의 이민자에게 '영주권 취득'을 미끼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긴 이민 전문 변호사가 사기 및 허위 서류 작성 혐의로 연방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피해 규모와 파장이 커 미국 내 이민 사회와 사법 당국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유명 이민 변호사 '인도주의 비자' 조작 파문
AP통신 등에 따르면, 문제의 중심에 선 알렉산드라 로자노(Alexandra Lozano) 변호사는 의뢰인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로자노는 법적 자격이 없는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의뢰인들의 동의 없이 가정폭력 피해자 비자(U-비자)나 인신매매 피해자 비자(T-비자) 등 인도주의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범죄 피해 사실을 허위로 조작했다.
미국의 U-비자(범죄 피해자 비자)와 T-비자(인신매매 피해자 비자)는 범죄의 피해를 입고 수사 기관에 협조한 이민자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로자노 측은 이를 악용했다.
의뢰인이 실제로는 범죄를 당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정폭력, 강간, 성폭행, 혹은 인신매매의 피해를 입은 것처럼 서류를 작성했다.
사소한 갈등이나 일상적인 다툼을 심각한 '가정폭력' 범죄로 둔갑시키거나, 과거에 겪었던 평범한 고용 문제를 '인신매매'나 '강제 노동'으로 부풀려 신청서에 기재했다.
이러한 비자를 받으려면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 기관으로부터 '피해 사실 증명(Certification)'을 받아야 한다.
의뢰인에게 수사 기관 조사 시 어떤 식으로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각본(Script)을 주거나, 조사관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도록 거짓 증언을 유도했다.
수사 기관이 사건의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작된 피해 내용을 근거로 비자 신청에 필요한 인증 서류를 발급받도록 유도해 수사 기관을 기망했다.
가장 악질적인 부분은 의뢰인 본인조차 자신의 서류에 어떤 내용이 들어갔는지 전혀 모르게 했다는 점이다.
로자노는 의뢰인이 직접 읽고 확인해야 할 신청 서류에,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 의뢰인의 서명을 무단으로 복제하여 붙여 넣어 제출했다. 불법 서류 복제 및 도용을 한 것이다.
또한 의뢰인이 전혀 모르는 내용의 '피해 진술서(Affidavit)'를 대필하여 제출했다. 의뢰인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허위 진술서 작성 때문에 이민 심사관이 추후 인터뷰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물어보면, 의뢰인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실제 내용과 다른 답변을 하게 되어 결국 '사기 신청'으로 적발되는 결과를 낳았다.
로자노는 변호사 면허가 없는 직원들이 사건을 전담하게 하기도 했다.
초기 단계 통과와 워크 퍼밋
일단 조작된 서류라도 접수가 되면 '워크퍼밋(노동 허가)'은 비교적 빠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로자노 측은 이를 보여주며 의뢰인들에게 "비자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영주권 심사 과정서 사기 포착, 의뢰인은 추방 위기
문제는 수년 뒤 본격적인 영주권(I-485) 심사 과정에서 발생한다. 심사관이 수사 기록을 정밀 대조하는 과정에서 "범죄 피해 기록이 없다"거나 "신청서 내용이 경찰 기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한 이민자들은 영주권 취득은커녕, 오히려 허위 서류 제출 사실이 이민 심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이민 사기(Fraud)' 혐의로 즉각적인 추방 절차에 넘겨지는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피해 사건 5만 3천 건 넘어
워싱턴주 변호사협회의 조사 결과, 로자노의 법률사무소를 통해 접수된 계류 중인 이민 사건만 5만 3천 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연방이민서비스국(USCIS)은 이번 사태를 사기 전담 부서(Fraud Detection and National Security Directorate)에서 집중 조사 중이다.
로자노는 이달 초 법률사무소 '루스 델 카미노 리걸(Luz del Camino Legal)'을 폐업하고 변호사 면허를 자진 반납했다. 그러나 현재 언론을 통해 제기된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신뢰를 무너뜨린 '이민 사기'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변호사의 일탈을 넘어, 법적 보호가 절실한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적 착취'라는 점에서 언론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경제적, 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이민자들이 '영주권'이라는 희망을 이용한 악질적인 사기에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이민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해당 변호사를 통해 접수된 5만여 건의 서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이며, 향후 피해 이민자들이 합법적 체류 자격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법조계와 언론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이민자들의 간절함을 악용해 인생을 파괴한 전형적인 약탈적 법률 사기"라고 규정하며, 향후 이어질 사법적 심판과 피해 구제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