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이 밀집해 높은 소득 수준을 자랑하는 시애틀에서, 연봉 6만 달러(한화 약 8천만 원)를 받는 직장인이 7명과 화장실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충격적인 현실이 공개되었다.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하이테크 거점 도시인 시애틀의 살인적인 물가와 주거비 부담이 시애틀 타임스(The Seattle Times)의 기획 보도를 통해 매우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살기 좋은 도시'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중간 소득층의 처절한 생존 현실이 드러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6만 달러의 배신: "충분할 줄 알았지만..."
시애틀 타임스의 ‘시애틀에서 살아가기’ 시리즈가 소개한 33세 직장인 아드리아나 고메즈-웨스턴의 사례는 시애틀의 고물가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후 월 약 3,500달러를 손에 쥐지만, 치솟은 생활비 탓에 기본적인 독립 생활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다.
월 830달러를 내며 그린레이크 지역의 하숙집에 거주하는 그녀는 최대 7명과 부엌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며, 개인 거실도 없이 '방' 하나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상 잠만 자는 방인 셈이다.
하이테크 도시의 그늘: "소득 격차가 만든 장벽"
고메즈-웨스턴은 케이터링 업체에서 근무하며 IT 종사자들과 접촉하지만, 그들과의 경제적 격차를 뼈저리게 실감한다.
근무 시간 단축으로 직장 의료보험을 잃었으나, 월 400달러에 달하는 개인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어 가입을 포기한 상태다. 그녀는 의료 안전망이 상실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차량 유지비가 없어 매일 2시간씩 버스로 이동하며, 8,000달러의 신용카드 부채와 학자금 대출 상환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왜 시애틀을 떠나지 못하나?
이러한 경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 층이 시애틀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이 도시가 가진 '문화적 자산' 때문이다.
고메즈-웨스턴은 시애틀의 음악 및 예술 커뮤니티에서 자원봉사 진행자로 활동하며 정서적 안정을 찾고 있다.
독립에 대한 꿈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그녀는 현재 이사 비용을 저축하며 올해 말까지 월 1,600달러 이하의 독립 주거 공간으로 이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간 소득층의 붕괴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시애틀의 주거비 부담이 이제 저소득층을 넘어 중간 소득층(Middle Class)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테크 산업 위주의 기형적인 소득 구조가 일반 서비스직이나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삶을 도심 밖으로 밀어내거나, 주거의 질을 극단적으로 낮추게 만들고 있다.
특히 초기 정착 단계에 있는 이민자나 사회 초년생 한인들에게 시애틀은 주거 안정과 의료보험 확보가 생존을 결정짓는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언론들은 고메즈-웨스턴의 사례를 통해 시애틀이 '부유한 IT 종사자들만의 도시'로 변질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 인재들이 경제적 이유로 도시를 떠나거나 비인간적인 주거 환경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대해 정책적 대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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