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가 지난 5월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전월 대비 40% 넘게 급증하며 1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수입은 늘고 수출은 감소하면서 미국 경제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5월 무역 적자 규모는 776억 달러로 전월 대비 42.2%나 증가했다.
블룸버그 집계 전망치(784억 달러)보다 낮아 '예상보다는 선방했다'는 시각도 있으나, 5월 한 달 만에 적자 폭이 40% 이상 폭증했다는 점은 하반기 경기 흐름에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5월 무역 적자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올해 1~5월 누적 무역적자는 전년 동기 대비 40.6% 감소한 상태다. 즉, 5월 수치는 일시적인 급등세일 가능성이 있지만, 무역수지의 변동성이 매우 커졌음을 보여준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등 글로벌 물류 통로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수입 가격 변동성이 커졌고, 이는 향후 무역수지에 더욱 큰 압박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5월 수출과 수입 분석
미국의 5월 수출은 3.2% 감소했다. 특히 금(62억 달러), 천연가스(11억 달러) 등 산업용 자재와 자본재 수출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산업용 공급품과 에너지 수출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맞물려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다소 정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수입은 3.3% 증가했다. 의약품(35억 달러), 반도체(10억 달러), 컴퓨터 주변기기(12억 달러) 및 원유 수입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며 수입액을 끌어올렸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 기조와 더불어 가계 소비가 다시 살아나면서 소비재 수입이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의약품, 반도체, 원자재 수입의 증가는 미국 내 제조업 및 기술 산업의 수요가 여전히 견고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 경제가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쉽게 낮추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베트남, 멕시코, 대만 상대 적자 커
국가별 적자 순위는 베트남(206억 달러), 멕시코(201억 달러), 대만(194억 달러), 중국(145억 달러), 유럽연합(93억 달러), 한국(44억 달러) 순이었다.
베트남과의 무역 적자가 가장 큰 것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중국에 있던 제조 공장들이 베트남으로 이전(China Plus One)하면서, 과거 '대중국 적자'였던 물량이 '대베트남 적자'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현재 미국 소비재 및 전자제품의 최종 조립 기지이자 글로벌 생산 허브로 공급망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미국 빅테크들의 AI 칩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 세계 파운드리(위탁 생산)의 60% 이상을 점유한 TSMC를 보유한 대만의 대미 수출액이 급증했다. 이는 대만이 현재 미국 AI 전략의 '필수 파트너'임을 보여주는 통계적 결과다.
주요 경제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지표를 두고 "미국 소비의 강한 회복력과 제조 기반의 구조적 불균형이 동시에 드러난 성적표"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수지가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자국 내 금리 결정, 그리고 현재 격화되고 있는 중동 및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온쇼어링' 정책이 여전히 효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다는 점이 이번 적자 확대에서 재확인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