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앤트로픽(Anthropic) 제품에 대한 강력한 사용 금지 지시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미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이 이를 어기고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미토스(Mythos)'를 수개월간 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대통령 지침과 CISA의 독자 행보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CISA는 정부 내부 소프트웨어 감사 및 보안 취약점 분석 업무에 앤트로픽의 '미토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활용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월, 앤트로픽이 자사의 AI 기술 사용 범위를 제한하고 군사적·감시용 활용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자 보안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고 전 정부 기관에 사용 금지 지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CISA 내부에서는 "정부의 사이버 보안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미토스의 압도적인 분석 성능이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지침보다 실무적인 보안 효율성을 우선시한 '항명'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갈등의 도화선: '클로드'와 베네수엘라 작전
정부와 앤트로픽의 대립은 올해 초 발생한 '베네수엘라 작전'에서 시작되었다.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를 전술 분석 도구로 활용한 사실이 보도되었다.
앤트로픽은 이를 인지한 직후 "자사 AI 모델이 대규모 감시나 자율 살상 무기 운용에 사용되는 것은 기업 윤리에 반한다"며 공개적으로 국방부에 항의했다.
국방부는 "국가의 합법적인 모든 안보 활동에 AI를 제한 없이 사용해야 한다"며 이를 묵살했고,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해왔다.
왜 '미토스'인가?
미토스는 보안 감사와 코드 분석 부문에서 타 모델 대비 압도적인 정확도를 자랑한다. CISA가 금지령을 어기면서까지 이를 사용한 것은 그만큼 대체 불가능한 성능 때문이라는 것이 테크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사태는 AI의 전략적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안보 당국과 기업 윤리를 앞세우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간의 갈등이, 이제는 정부 부처 간의 갈등으로 번졌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이 정부 내에서 사실상 '패싱'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백악관은 CISA에 대한 감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앤트로픽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용 목적을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의 무단 사용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