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태어난 외국인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이 부여되는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최근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데 대해 재심리를 요청하겠다고 밝혀, 미국 내 이민 정책을 둘러싼 사법·정치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시민권은 상품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출생시민권 제도를 비판하며 대법원에 재심리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정출산 문제를 제기하면서 남부 국경과 멕시코 전역에 '출생시민권 보장'을 홍보하는 광고판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4,000달러면 시민권을 살 수 있다"는 식의 광고가 횡행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시민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사기 행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출생시민권이 결과적으로 가족 초청 이민(체인 이민)의 통로로 악용되어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 시민권은 매매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정헌법 제14조와 대법원의 제동

이번 갈등의 핵심은 미국 헌법의 근간인 '수정헌법 제14조'다.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불법 체류자 및 임시 체류 외국인의 자녀에게 시민권 부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행정명령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제동을 걸고 기존 출생시민권 제도를 유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가까운 결정에 대해 '재심리'라는 이례적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민 정책을 2026년 정국 운영의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완전히 미친 결정"이라며,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사법적 불의가 미국을 파괴할 것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대법원이 헌법적 해석을 내린 사안에 대해 재심리를 요청하는 것은 실효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안을 통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대법원 구성 변화나 향후 이민법 개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법원이 행정명령을 무효화함에 따라, 향후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의회 차원에서 이민법 개정을 통한 출생시민권 제한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