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단속 과정 중 멕시코 국적 남성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의 공분이 일고 있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당국의 일방적인 발표를 규탄하며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 기조 속에서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요원들이 두 명의 미국인을 총격 살해했던 사건 이후 약 6개월 만에 발생했다.
당시 사건은 전국적인 공분을 샀으며 대규모 항의 시위를 촉발했으며, 당시 연방 당국이 발표한 사건 경위는 사건 직후 공개된 현장 목격자들의 영상과 배치되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7일(화) 오전 6시 50분경, 휴스턴 동부 매그놀리아 파크(Magnolia Park) 지역에서 ICE 요원들이 불법체류자를 체포하기 위한 '표적 단속 작전'의 일환으로 로렌조 살가도 아라우호(Lorenzo Salgado Araujo, 52)를 정차시켰다.
국토안보부(DHS)는 아라우호가 여러 차례의 반복적인 구두 명령을 무시하고, 차량을 이용해 ICE 차량과 요원을 들이받으려 했기 때문에 요원이 자기 방어를 위해 총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ICE 측도 그가 단속을 회피하려 했으며 차량을 무기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국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아라우호는 ICE 요원의 총격으로 복부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ICE 요원들이 아라우호를 검문할 당시, ICE 표식이 없는 차량을 사용했으며, 이것이 인명살상의 비극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족, 정치권, 시민단체 반발 "일방적 발표 신뢰할 수 없어"
사건 직후, 유족은 물론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연방 당국의 일방적인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사망한 아라우호의 아들 로날도 살가도는 아버지가 35년간 성실히 일해온 건설 노동자이며, 사건 당일에도 동료들을 태우러 가는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아버지가 평소 범죄 이력이 전혀 없는 평범한 가장이었으며, 단속 요원들을 공권력이 아닌 일을 할 때 필요한 장비를 훔치려는 도둑으로 오인해 두려움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건설 노동자인 아버지는 항상 공구가 도난당하는 것을 걱정해왔다고도 덧붙였다.
살가도는 "만약 아버지가 ICE 마크나 법 집행 기관의 표시를 봤다면 순순히 따랐을 것이고 멈췄을 것"라고 말했다.
살가도에 따르면, 총격 이후 연방 요원들에 의해 다른 3명이 구금되었으며, 그중 한 명은 그의 삼촌이다.
아라우호는 약 35년 동안 미국에 거주하며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얻기 위해 노력해 왔다.
살가도는 "아버지는 죽어 마땅하지 않았다. 그저 'ICE 요원에게 총격당해 사망한 멕시코인'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며, 아버지는 남편이자 아버지였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던 한 사람으로서 조용한 삶을 살 자격이 있었다고 울먹였다.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Texas Civil Rights Project)'는 이번 무력 사용을 강력히 비판하며, 사건 경위의 투명한 공개와 독립적인 조사, 그리고 인종 차별적 단속 여부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요구했다.
휴스턴 동부 지역, 특히 라틴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된 모든 바디캠 영상 및 기타 영상 자료를 공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LULAC) 등도 연대하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휴스턴을 지역구로 둔 실비아 가르시아(Sylvia Garcia) 연방 하원의원은 SNS를 통해 "모든 영상과 통신 기록, 증거가 보존되어야 하며 완전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 그린(Al Green) 하원의원 등 다른 의원들도 즉각적인 의회 차원의 조사와 감독을 요구하며 유족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현재 연방 국토안보부 감찰관실(OIG)이 총격 사건을 조사 중이며, 별도로 FBI가 요원 폭행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는 아라우호를 추모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으며, 휴스턴 주민들은 "우리 이웃이 공포 속에서 살아서는 안 된다"며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