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CA) 의회에서 운전자의 주행 데이터를 보험료 책정에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AB 311' 법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 법안은 운전자가 동의할 경우 '텔레매틱스(Telematics)' 기술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보험사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텔레매틱스 기술이란?

텔레매틱스는 차량 내 시스템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운전자의 위치, 속도, 급회전, 차선 이탈 등 상세한 주행 습관을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기술이다.

도로 안전 비영리단체 및 교통사고 피해자 유가족들은 이 법안에 대해 안전 운전을 실질적으로 장려하고, 결과적으로 교통사고 감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단체와 소비자들은 운전자의 이동 경로 등 민감한 사생활 정보가 보험사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보험 당국의 신중론 및 데이터 우려

캘리포니아 보험국(CA Department of Insurance)은 이번 법안이 초래할 수 있는 객관성과 실효성 문제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외부 업체의 수집 데이터가 보험료 산정에 활용될 경우 책정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세핀 피게로아 CA 보험국 부국장은 개인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서 반드시 보험료 절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메릴랜드주 당국의 2023년 데이터에 따르면, 운전 정보를 제공한 가입자의 31%는 보험료가 인하되었으나, 오히려 24%는 보험료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나 정보 제공이 반드시 '할인'을 보장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수집된 운전 정보가 반드시 보험료 할인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입자에게 불리한 정보로 해석되어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보험료가 더 올라가는 이유

기존에는 나이, 거주지, 차종 등 통계적 요소를 바탕으로 보험료가 산정되었다면, 텔레매틱스 데이터를 통해 운전자의 실제 주행 습관(급가속, 급제동, 심야 운전 빈도 등)이 확인되면 보험사는 이를 바탕으로 해당 가입자의 사고 위험도를 재평가하게 된다.

운전 습관이 보험사의 기대치보다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개인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보험료 인상 근거'를 직접 보험사에 전달하게 되는 셈이 된다. 자신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데도 보험료까지 더 올라가는 이중 피해를 겪게 되는 것이다.

CA 보험국 조세핀 피게로아 부국장의 지적처럼, 외부 업체가 수집한 데이터와 시스템이 보험료 산정에 활용될 때 그 기준이 객관적인지, 또는 운전자가 자신의 어떤 행동이 점수에 악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현재 'AB 311' 법안은 CA주 의회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며,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 운전 장려라는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향후 의회 심의 과정에서 데이터 보안 규정과 보험료 산정의 객관성 확보를 위한 수정안이 포함될지 여부가 법안 통과의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