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의 자동차와 철강·비철금속 업계가 미국 현지 생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이 차단되는 공백을 한국 기업이 메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업계: '중국 지분' 규제의 반사 이익과 재편

미국 정부의 '커넥티드 차량 규정'과 의회에서 논의 중인 '자동차 현대화법' 등으로 인해 중국 지분이 포함된 차량의 미국 판매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 브랜드인 '폴스타'의 북미 수출을 담당하던 르노 부산공장은, 2027년부터 폴스타의 미국 판매가 금지됨에 따라 생산 체제를 글로벌 수출용 '폴스타4 SUV'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자동차 현대화법' 및 '커넥티드 차량 안전법'이 통과될 경우, 중국 국영기업 지분이 포함된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로터스 등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기업과의 직접 경쟁이 차단된 미국 시장은 현대차에 더없이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되고 있다.

철강·비철금속: '한국판 USA 공급망' 구축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국 철강·비철금속 업계는 미국 현지에 직접 공장을 세워 공급망을 선점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오는 9월 4일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열고, 202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한다. 포스코는 지분투자로 참여했다. 이는 현대차그룹 공장에 철강재를 직접 공급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려는 조치다.

고려아연은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약 74억 달러(약 11조 원)를 투입하여 202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한 통합 제련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미국 내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트럼프 변덕, 어떻게 할 것인가?

업계의 이러한 현지 투자 행보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전략자원 자국 우선주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의 상황을 활용해 미국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정책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태황 명지대 교수는 "미국이 중국 제품의 우회·간접 수출까지 제재할 경우,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는 한국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트럼프의 변덕'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에 대비한 생산성 확대와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