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에서 스포츠 베팅이 불법으로 엄격히 제한된 가운데, 경기 결과나 정치적 이벤트 등을 예측하고 거래하는 '예측시장 플랫폼'인 칼시(Kalshi)가 사실상의 스포츠 베팅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젊은 층의 도박 중독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칼시는 무엇인가? (도박과 투자의 경계)
칼시는 금융 상품 거래의 일종인 '이벤트 계약(Event Contracts)'을 사고파는 플랫폼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미래에 벌어질 모든 이벤트들이 베팅의 대상이다.
칼시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 '지정 계약 시장(DCM)'으로 등록되어 있어, 주 정부의 도박법이 아닌 연방 금융 규제를 적용받는다. 즉, 법적으로는 '도박'이 아닌 '금융 투자'로 분류된다.
이용자들은 스포츠 경기 승패, 경제 지표, 정치적 결과 등에 대해 '예(Yes)' 또는 '아니오(No)'를 선택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이는 주식 거래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젊은 층에 파고드는 도박 중독의 덫
금융 플랫폼이라는 명목 아래 운영되지만, 칼시의 실제 사용 환경은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칼시는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며, 일부 미성년자들은 부모의 정보를 도용해 접속하는 등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UCLA 도박 연구프로그램에 따르면, 칼시는 공격적인 SNS 마케팅을 통해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을 도박의 세계로 유인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배당률과 결과 예측 과정은 중독성이 강해 이용자로 하여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UCLA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13%가 칼시를 스포츠 베팅처럼 사용했으며, 생활비까지 탕진하거나 거액의 빚을 지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규제 가능할까?
칼시와 미 규제당국인 CFTC 사이에는 오랜 법적 분쟁이 이어져 왔다.
CFTC는 일부 계약이 불법 도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제동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 아리조나주에서는 칼시를 불법 도박 사업으로 보고 형사 기소하는 등 주 정부 차원의 대응도 시작된 상태다.
도박 중독 치료 전문가들은 칼시가 '금융'이라는 가면을 쓰고 도박의 위험성을 감추고 있다고 경고한다.
"미성년자에게 총기나 마약을 제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칼시 측은 미성년자 차단을 위한 Face ID 인증 및 정부 발급 신분증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으며, 도박 예방 교육을 위한 기부 활동도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 미국 상원은 선거 예측 시장에서의 베팅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소속 의원 및 직원들의 관련 베팅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칼시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폴리마켓과의 차이점
현재 예측시장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단연 폴리마켓(Polymarket)이다.
폴리마켓은 현재 예측시장 플랫폼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사실상 글로벌 베팅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폴리마켓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라면, 칼시는 '미국 금융 제도권 진입'을 노리는 플랫폼이다.
칼시는 미국 규제당국(CFTC)의 승인을 받아 미국 시민들에게 '합법적인 금융 상품'으로 당당히 광고하고 있다. 즉, "이건 도박이 아니라 합법적인 투자 수단이다"라고 홍보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 특히 젊은 층이 거리낌 없이 접근하게 만드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SNS 광고 전략도 매우 공격적이다. 금융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이 청소년들에게 심리적 방어 기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