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수준의 집값과 6%대의 고금리 장벽 앞에 미국 청년들이 무릎을 꿇고 있다. 이제 주택 구매는 개인의 성취가 아닌 ‘가족 공동의 프로젝트’가 되어가고 있다.
자신의 통장에 1,000불 이상 있는 청년들도 44%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Z세대, 10명 중 8명은 ‘도움’ 받았다
최근 발표된 금융 플랫폼 렌딩트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중 Z세대(1997~2012년생)의 80%가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대 간 극명한 격차가 벌어졌는데, 밀레니얼 세대(56%)나 베이비부머 세대(12%)와 비교할 때 Z세대의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미국 내 주택 가격 상승과 고금리 여파로 청년 세대의 '내 집 마련'이 가족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포브스(Forbes),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Bloomberg) 등 주요 매체들은 이를 '세대 간 자산 이전의 가속화'이자 '자수성가 신화의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은 “가족의 지원이 없었다면 집을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기 혼자 힘으로 집을 사는 자수성가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시장 진입 시기와 ‘텅 빈’ 통장
미국 언론들은 Z세대가 마주한 시장 상황을 ‘퍼펙트 스톰’으로 묘사한다.
집값 상승 속도는 소득 성장률보다 두 배나 빠르며, 물가 상승은 청년들의 저축 동력을 앗아갔다.
실제로 조사 결과, Z세대의 56%는 전 재산이 1,000달러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주택 계약금은 커녕, 당장 먹고 살만한 돈도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주택 계약금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25년 기준 미국 내 중간값 주택의 계약금은 3만 40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득보다 빠른 집값 상승이 청년들로 하여금 미래를 위한 저축도 포기하게 하는 완전한 절망에 빠뜨린 것이다.
부모 세대의 인식 변화: “노후 자금 털어서라도 돕는다”
자녀의 고전이 길어지자 부모 세대 역시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재향군인연합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약 60%가 자녀의 주택 구입을 위해 계약금이나 클로징 비용 등을 지원했거나 지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자녀의 주택 시장 진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은퇴 자금을 활용하는 등 재정적 개입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심리에 주목하고 있다.
가족의 도움을 받은 Z세대 중 21%는 이에 대해 “창피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립을 꿈꾸는 나이에 부모에게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흥미롭게도 Z세대의 61%는 여전히 “가족의 도움 없이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현실은 가혹하지만, 미국적 가치관인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낙관론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모 찬스'가 없는 청년들을 위해 미국 전역에 2,000개 이상의 지원 프로그램(정부 보조금, 대출 지원 등)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제는 정보력이 주택 구매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고 조언한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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