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중국이 대규모 유권자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확보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관련 기밀문건들을 전격 공개하며 파장을 예고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 데이터 침해”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정부투명성 태스크포스(Task Force)와 대통령 정보자문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중국이 2020년 대선 기간을 전후로 2억 2천만 건의 미국 유권자 파일을 불법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확보된 데이터에는 유권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정당 성향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미국 선거 인프라에 대한 ‘사상 최악의 침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 정보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도 기밀로 분류하여 자신과 의회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가 미국의 투표 시스템이 외부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하며,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즉각적인 팩트체크를 보도하며 그 근거를 비판했다.

뉴욕타임스, CNN 등은 중국이 확보했다는 유권자 정보가 다수 주(州)에서 이미 공공 기록으로 공개된 정보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 유권자 등록 정보는 각 주(州) 정부가 관리하며, 많은 경우 공공 기록(Public Record)으로 분류된다.

미국 선거법에 따라 정당, 후보자, 언론, 연구자 등은 선거 목적으로 유권자 명부(Voter File)를 열람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

정보당국은 과거 중국이 미국 유권자 데이터를 분석한 정황은 확인했으나, 이를 통해 실제 투표 결과나 개표 과정에 직접 개입하거나 시스템을 조작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거듭 밝혀왔다.

우려하지 않아도 되나?

데이터 자체가 공개된 것이라 하더라도, 외국 적대국이 이를 대규모로 확보하여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안보 우려로 간주할 수 있다.

확보된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성향의 유권자에게 맞춤형 가짜 뉴스나 선전물을 유포하는 등 여론 조작(Influence Operation)에 활용할 위험이 있다. 여론조작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공작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한 것이다.

적대국이 미국 선거 시스템의 구조와 유권자 정보를 깊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시스템의 보안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미국에서 유권자 명부를 공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 부정 방지' 때문이다.

유권자 명부가 공개되어야 정당,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이 "유령 유권자"가 등록되어 있지는 않은지, 사망한 사람이 등록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직접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그대로 두기엔 위험 요소가 너무 커졌다.

과거에는 종이나 제한된 파일 형태로 열람하던 정보가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그것도 수억 건씩 대량으로 유출되거나 수집(스크래핑)될 수 있는 환경이다.

외국 정부나 해커들이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유권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타겟팅한 심리전(정보 공작)에 활용하는 것은 1970~80년대의 데이터 공개 시절에는 예상치 못한 위험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강화가 추세인 상황에서, 유권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가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보로 남아있는 것은 큰 리스크다.

중간선거 앞두고 유권자 ID법 통과 압박 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다가올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여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유권자 ID법)’ 통과를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권자 ID법'은 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전, 유권자가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기 위해 신분증(ID)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백악관이 선거 보안 관련 기밀문건을 다수 공개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으나, 내용의 상당 부분은 기존에 알려진 사실을 재해석하거나 이미 기밀 해제된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야당인 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지나간 대선 결과에 집착하며 국가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면, 공화당 일각에서는 선거 보안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트럼프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선거 보안을 둘러싼 여야 간의 입법 전쟁과 국민적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