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세에 부자들의 '탈출(Exodus)' 시작되나
아마존과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고향이자 미국 내 몇 안 되는 '개인 소득세 없는 주'로 사랑받던 워싱턴주가 거센 조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3월 주 의회를 통과한 '백만장자세'가 부유층의 이탈을 부추기며 주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9.9%의 벽: 사실상의 '부유세' 도입
워싱턴주가 승인한 이번 법안은 연간 소득 100만 달러(약 13억 6천만 원)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9.9%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주 정부는 상위 1% 미만(약 2만 가구)에게만 적용되는 이 세금으로 연간 30억 달러를 확보, 교육 환경 개선과 보건 서비스 확충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사실상 주 헌법이 금지해온 '누진 소득세'의 변형된 형태라고 지적하며, 법적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짐을 쌌다"… 거물들의 플로리다행
언론들은 이 세금이 시행되기도 전에 벌어지고 있는 '부자들의 이탈'에 주목하고 있다.
수십 년간 시애틀을 지켰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이미 지난해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이주를 완료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모님과의 근접성"이었으나, 현지 언론은 워싱턴주의 자본이득세 강화와 이번 백만장자세 도입이 결정적 계기였다고 분석한다.
올해 3월, 시애틀의 상징과도 같던 하워드 슐츠(전 스타벅스 CEO)마저 40년 삶의 터전을 떠나 플로리다로 이주했다는 소식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경제계의 경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이탈"
시애틀대학 조셉 필립스 교수는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유층 한 명의 이탈은 단순한 1인분의 세수 손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업가들이 이주할 때 본사 기능이나 주요 투자 계획을 함께 가져갈 경우, 중산층의 일자리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성공한 뒤에 세금 폭탄을 맞을 곳'인 시애틀 대신 오스틴(텍사스)이나 마이애미(플로리다)를 창업지로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주의 창업 생태계가 파괴되게 된다는 것이다.
팽팽한 찬반 양론
하지만 케이티 윌슨 시애틀 시장 등 찬성 측은 "워싱턴주의 삶의 질과 인재 풀은 9.9%의 세금보다 강력한 유인책"이라며 "부자들이 대거 떠날 것이라는 주장은 보수 진영의 공포 마케팅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비즈니스협회 등은 "워싱턴주는 이제 기업 친화적이라는 명성을 잃었다"며 9.9%는 미국 내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며, 이는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적대적 신호'로 읽힐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부유층 유치 전쟁'의 단면으로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이 높은 세금으로 인구 유출을 겪는 상황에서, 워싱턴주마저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은 텍사스와 플로리다 같은 '저세율 주'들에게는 거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시행일인 2028년까지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자산가와 기업이 퓨젯 사운드(Puget Sound, 시애틀 연안)를 떠나 태양의 해변(플로리다)으로 향할지가 미국 경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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