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런 배스 시장, 450개 표지판 설치 강행… 연방 정부 "법적 효력 없는 무용지물" 조롱
LA 시내 주요 공원과 도서관 입구에 이전에 볼 수 없던 생경한 표지판들이 등장했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활동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이 표지판들은 현재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이민 정책 갈등의 축소판이 되고 있다.
LA 타임스(LA Times)와 폭스 뉴스(Fox News) 등 미 주요 언론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진보적인 도시의 최후 방어선"이라는 평가와 "세금 낭비에 불과한 상징적 제스처"라는 비판을 동시에 쏟아내고 있다.
LA 시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의 이민 정책을 둘러싼 대립이 이제 시각적인 ‘표지판 전쟁(Sign War)’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는 작전 기지가 아니다"… 명확해진 경계선
캐런 배스(Karen Bass) LA 시장의 '행정명령 17호'에 따라 설치된 이 표지판들은 시 소유의 공공부지가 연방 요원들의 '집결지(Staging Area)'나 '작전 본부'로 사용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설치 장소는 한인타운의 라파예트 파크(Lafayette Park)와 맥아더 파크(MacArthur Park), LA 동물원 등 시민들의 이용이 잦은 450여 곳이다.
특히 지난해 여름 연방 요원들이 맥아더 파크를 작전 기지로 삼으려다 시 정부와 마찰을 빚었던 사건이 이번 조치의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실효성 논란: "500달러짜리 철판일 뿐" vs "심리적 방어막"
이번 조치를 바라보는 연방 정부와 보수 진영의 시각은 냉담하다.
빌 에세일리(Bill Essayli) 검사를 비롯한 법 집행 전문가들은 "연방 법 집행관은 연방 법 집행을 위해 미국 내 어디든 갈 권한이 있다"며, 시 정부의 표지판이 연방 요원의 발길을 돌리게 할 법적 구속력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표지판 제작과 설치에 약 25만 달러(한화 약 3억 4천만 원)의 시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되면서, "실효성 없는 전시 행정에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시민들의 엇갈린 목소리
시민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린다.
찬성 측은 "이민자 가족들이 공포 없이 공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시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환영했다.
반대 측은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를 잡으러 온 연방 요원을 막는 것이 과연 커뮤니티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의 정치적 배수진
LA 타임스는 이번 표지판 설치가 실질적인 단속 차단 효과보다는 '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연방 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추방 정책에 맞서, LA가 여전히 '이민자의 피난처'임을 시각적으로 선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황에서 실제 단속이 벌어질 경우, 이 표지판은 보호의 상징이 될지 아니면 지방 정부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증거가 될지, LA의 '표지판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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