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핑(Spoofing) 기술로 발신번호 조작… "경찰은 수사 협조를 위해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바인 경찰국(IPD)이 최근 발생한 유례없는 '조합형 스캠' 사건을 공개하며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단순한 사칭을 넘어 대기업과 은행, 연방 수사기관을 한데 엮은 이 조직적인 사기극에 80대 남성이 평생 모은 자산을 잃었다.
어바인에서 발생한 이 정교한 사기 사건은 현재 ABC7 News, KTLA 5, 그리고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OC Register) 등 미 서부 주요 매체들이 '심리적 덫에 걸린 시니어'라는 주제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덫의 시작: "당신의 계정이 위험합니다"
사건은 지난달 24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도착한 문자 메시지 한 통에서 시작되었다.
애플 직원을 사칭한 사람의 "계정이 해킹되었으니 즉시 연락하라"는 메시지에 속아 전화를 건 피해자는 곧장 사기단이 설계한 톱니바퀴 속으로 빠져들었다.
가짜 애플 직원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피해자를 웰스 파고(Wells Fargo) 보안팀으로 연결했고, 그곳에서는 "당신의 계좌가 자금 세탁과 무기 밀매에 연루되어 동결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권위의 압박: 연방 국(ATF)과 지역 경찰의 등장
이번 사기가 무서운 점은 피해자의 의심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국가 기관'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사기범들은 ATF(미 주류·담배·총포 담당국) 소속 연방 요원을 자처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2만 5천 달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결정적으로, 피해자의 전화기에는 실제 어바인 경찰국 공식 번호가 떴다. 발신번호 조작(Spoofing)이었다.
전화를 받은 '가짜 경찰'은 "연방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며 피해자를 안심시켰고, 피해자는 결국 은행으로 향했다.
'유령' 같은 전달책과 해외 근거지
피해자는 지시에 따라 2만 5천 달러를 인출해 신발 상자에 담아 주차장에서 대기하던 '배송원(Courier)'에게 전달했다.
지기 아자르콘(Ziggy Azarcon) 공보관은 "사기범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5명 이상의 배달원을 단계별로 사용하는 '체인 방식'을 쓴다"고 밝혔다.
주범들은 대부분 해외에 거주하며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돈을 받아 간 배달원조차 자신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매우 복잡하다.
경찰의 경고: "전화를 끊고 다시 걸어라"
어바인 경찰국은 이번 사건을 통해 시민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골든 룰'을 제시했다.
내 휴대폰에 뜨는 공식 기관의 이름과 번호는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 발신번호는 '가면'일 뿐이다.
"체포하겠다", "전화를 끊으면 큰일 난다"는 공포와 협박은 판단력을 흐리게 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위협을 받으면 일단 전화를 끊으라.
전화가 온 기관을 구글에서 직접 검색해 나온 공식 번호로 당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미국 어떤 법 집행 기관도 길거리 주차장에서 신발 상자에 담긴 현금을 받아 가지 않는다. 현금 전달을 요구하면 무조건 사기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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