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6년 만에 2배 급증… 일각선 "효과 검증 부족 및 부유층 전용 특권" 비판도 제기

미국 부유층 가정의 자녀 입시 및 교육 트렌드가 대학 진학 전 1년을 온전히 자기 개발과 현장 경험에 투자하는 이른바 '프리미엄 갭이어(Gap Year)'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단순한 배낭여행을 넘어 여행, 인턴십, 자원봉사 활동이 결합된 수만 달러에서 10만 달러에 육박하는 고비용 구조의 체계적인 갭이어 프로그램이 새로운 교육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1년 프로그램 비용이 9만 달러… '구조화된 갭이어'의 실체

블룸버그 등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나탈리아 버트란 씨는 아들의 대학 첫해 등록금으로 쓰려던 최대 9만 달러(약 1억 2,000만 원)를 갭이어 프로그램에 과감히 투자했다.

아들은 지난 8개월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번지점프, 브라질 은행 방문, 앱 개발 프로젝트 등을 거쳐 명문인 이탈리아 보코니대에 진학했다.

이처럼 최근 부유층이 선호하는 갭이어는 단순한 여행 상품과 완전히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해외 체류뿐만 아니라 기업 인턴십, 봉사활동, 기술 교육, 진로 상담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고도의 맞춤형 커리큘럼으로 설계된다.

18세기 이후 영국의 상류층 자녀들이 대학 진학 전이나 성인이 되기 전 프랑스, 이탈리아 등유럽 전역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여행하며 견문을 넓히던 '그랜드 투어(Grand Tour)' 전통과도 아주 닮아 있다.

갭이어 컨설턴트 홀리 불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 이상 자유롭게 시간을 허비하는 방식을 원하지 않으며, 인턴십과 실무 프로젝트가 밀접하게 결합된 구조화된 프로그램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비용에도 시장은 급성장

일반적인 갭이어 프로그램 비용은 2만~2만 5,000달러 수준이지만,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의 다이나미 인턴십 1년 과정은 3만 8,650달러, 국제 여행·직무 배치·기술 부트캠프가 결합된 퓨처 포지의 프로그램은 약 8만 2,000달러에 달한다.

일부 세계 일주 프로그램의 경우 가격이 9만 4,500달러까지 치솟으며 대학 1년 치 학비를 가볍게 상회하고 있다.

갭이어 프로그램이 사실상 부유층의 전유물인 셈이다.

가격이 부담스럽기 그지 없지만, 북미 갭이어협회(The Gap Year Association) 집계에 따르면, 협회 회원 프로그램은 6년 만에 약 90개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물가 상승과 연방 예산 삭감으로 아메리코어(AmeriCorps)나 평화봉사단 같은 저렴한 공공 프로그램의 기회는 축소되어 서민층의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학위 불신이 낳은 대안… 그러나 '효과 검증'과 '형평성 논란'도 대두

전문가들과 교육 매체들은 부모들이 거액을 지불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전통적인 대학 학위만으로는 치열한 입시 및 취업 경쟁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불안감"을 꼽는다.

고등교육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학위의 투자 가치에 대한 의문이 커진 점이 수요를 키우는 동력이다.

보스턴칼리지 학생 대니얼 소벨은 말레이시아 갭이어를 통해 진로의 방향을 찾았다고 평가하며 "정해진 환경 밖에서 영감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액 갭이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2020년 콜로라도칼리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연구진은 갭이어 참가 학생의 대학 성적이 더 높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으나, "애초에 부유한 가정 출신이거나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참여했기 때문"이라며 가정환경과 프로그램 자체의 효과를 명확히 분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갭이어는 고등교육 인증 체계 밖에 있어 통일된 품질 기준이 없고, 수만 달러의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부유층만의 전유물로 전락한 스펙 쌓기 수단'이라는 비판과 논쟁도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