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뇌출혈 이후 "내 인생의 마지막 챕터는 의사로" 결단
오는 7월부터 3년간 가정의학 레지던트 시작… "의료 현장서 살아있음 느껴"
일흔을 넘긴 나이에 누군가는 은퇴 후의 편안한 삶을 꿈꾸지만, 던 주이드기스트-크래프트(72)에게 '70대'는 평생의 꿈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었다.
네 아이를 키우는 40년 차 베테랑 간호사였던 그녀가 의학 박사 학위(MD)를 받으며 미국 전역에 감동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Never say never"라는 그녀의 좌우명은 수많은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와 은퇴자들에게 "당신도 늦지 않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절대 안 된다고 말하지 마라"는 말은 그녀가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심어준 좌우명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말을 삶으로 증명했다.
동기 부여의 끝판왕인 그녀의 이야기는 "올해의 가장 감동적인 인간 승리(Human Interest)" 뉴스로 손꼽히며 전국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그녀의 딸이 ABC 뉴스의 유명 기상캐스터인 진저 지(Ginger Zee)라는 점도 화제성을 더하고 있다.
65년 만에 이뤄낸 7살 소녀의 꿈
워싱턴 포스트(WP), ABC 뉴스, 엔터테인먼트 투나잇(ET), 야후 뉴스 등에 따르면, 7살 때 단핵구증을 앓으며 선물 받은 현미경으로 밀웜과 잎사귀, 세포를 관찰하던 소녀는 의사를 꿈꿨다. 자신의 인생을 바꿀 선물이었다.
하지만 네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꾸려야 했던 현실은 그녀를 간호사의 길로 인도했다.
의사가 되겠다는 꿈은 여전했지만, 두 아이를 키우느라 그 목표를 잠시 미뤄두어야 했다.
이후 재혼을 하고 두 아이를 더 낳으면서 그녀의 꿈은 다시 한번 뒤로 밀려났다. 막내 아들은 49살에 낳았다.
그녀는 억척맘에 에너지가 넘치는 에너자이저였다. 항상 일찍 일어났고, 발걸음은 빨랐다. 경쾌하고 쾌활했다.
그러던 그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2020년, 남편의 갑작스러운 뇌출혈은 그녀에게 "인생은 정말 짧고,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는 없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간신히 살아남은 남편은 여행을 최우선 순위로 삼았고, 60대 후반이었던 던은 의대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주저 없이 은퇴 자금을 털어 카리브해의 의대로 향했다.
"낙제와 편견을 넘어"… 손주뻘 동기들의 정신적 지주
의대 1학년 시절, 생화학 시험 낙제는 70대 학생에게도 큰 좌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는 대신 동료들과 해변에서 아침 요가를 하고 시험 불안을 공유하며 다시 일어섰다. 후배들에게 해부학과 생리학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동급생들에게 그녀의 나이는 조부모뻘이었다. 하지만 동급생들은 나이 차이를 넘어 그녀의 열정과 실력에 경의를 표했다.
동료들은 "그녀는 우리의 조모가 아니라, 가장 든든한 동료였다"고 말한다.
"당신의 학위는 기념품이 아닌 실전이다"… 지도 의사의 강력 추천
그녀는 한때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레지던트 과정을 포기하고 다시 간호사로 돌아갈까 고민하기도 했다. 70세라는 나이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텍사스 맥앨런의 지도 의사는 그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당신의 의학 학위가 거실 벽에 걸린 기념품이 되게 하지 마세요. 당신은 환자 곁에 있어야 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췄습니다."
결국 미시간 트리니티 헬스 메디컬센터는 그녀의 열정과 경력을 높이 평가해 레지던트 프로그램 합격을 결정했다.
이번 5월 말, 72세의 던은 학교 역사상 최고령 졸업생으로서 의학 박사(MD) 학위를 받게 된다.
이 뉴스가 미국인들을 열광시키는 이유는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다.
40년 간호사 경력은 '임상 데이터'의 보고다. 현장 지식에 이제는 이론적 권위까지 갖췄으니, 환자들에게는 이보다 든든한 의사가 없을 것이다.
72세의 나이에도 레지던트 기회를 주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Residency Match)의 공정성도 돋보인다. 나이보다는 '현재의 역량'에 집중하는 공학적 실용주의가 작동한 사례다.
미국에서는 이 소식을 '미국판 대기만성(Late Bloomer)'의 표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녀의 딸이자 유명 기상캐스터인 진저 지가 "엄마는 나의 영웅"이라며 방송에서 눈물로 인터뷰한 장면은 미국 전역의 시청률을 폭발시키고 있다.
오는 7월부터 미시간 서부의 한 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으로 3년간의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한다.
그녀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의사로 일하고 싶어한다. 생계나 월세에 대한 걱정 때문이 아니라 이 일을 사랑하고 즐기기 때문이다.
72세에 시작하는 레지던트 생활은 고달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은퇴할 나이에 병원에서 당직을 서고 있을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로 환자들에게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 일할 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이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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