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위험천만한 고속 추격전 양상이 '그랩플러(Grappler)'라는 신기술의 도입으로 변화하고 있다.
리버사이드 카운티 셰리프국은 최근 용의 차량의 바퀴를 그물로 낚아채 안전하게 멈춰 세우는 이 장비를 적극 도입하며, 추격전으로 인한 부수적인 인명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워낙 고속 추격전(High-speed chase)이 잦고 그로 인한 무고한 시민의 인명 피해가 사회적 문제여서,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007 장비 현실판: "범퍼에서 나가는 그물 올가미"
ABC7, CBS News Los Angeles, Fox 11 등에서 "추격전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며 그랩플러의 작동 방식과 그 효과를 '혁신'이라 부르고 있다.
이 장비의 작동 원리는 추격 중인 순찰차의 앞 범퍼에서 Y자 형태의 장치가 내려오고, 용의 차량 뒷바퀴에 접근해 버튼을 누르면 강력한 나일론 그물이 발사된다. 이 그물은 순식간에 차축(Axle)에 감기며 차량의 동력을 차단한다.
차를 들이받아 '충격'을 주는 방식(PIT)은 에너지가 통제되지 않아 위험하지만, 그물을 차축에 감는 방식은 회전력을 이용해 서서히 '마찰'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키는 탁월한 해결책이다.
그물이 감긴 후 용의 차량과 경찰차가 로프로 연결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도주 차량이 통제 불능 상태로 튕겨 나가는 것을 막는 '안전 로프' 역할을 한다.
리버사이드 셰리프 대원들은 "기존의 PIT 기법(차를 들이받아 회전시키는 방식)은 고속에서 차량 전복 위험이 크지만, 그랩플러는 도주 차량을 경찰차와 연결해 안전하게 견인하듯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치로 증명된 추격전의 비극과 장비의 성능
언론들이 이 장비에 열광하는 이유는 캘리포니아의 참혹한 추격전 통계 때문이다.
2023년 CHP(고속도로 순찰대) 기록에 따르면, 13,000건의 추격전 중 43명이 사망했다. 이 중 13명이 도주 차량과 무관한 일반 시민이었다. 경찰이 잡으려던 도주범보다, 아무 잘못 없는 시민과 차에 타고 있던 승객(10명)이 죽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약 53%) 기형적인 구조였다.
리버사이드 셰리프국은 2026년 3월까지 약 45회 이상 그랩플러를 사용했는데, 도주 차량이 시속 100마일을 넘기기 전, 즉 '고속 추격전으로 번지기 전'에 길을 막고 그물을 걸어 세워버린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다.
이 장비를 개발한 업체(StarChase/Grappler류)의 주장에 따르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했을 경우 현재까지 사망자나 중상자가 발생한 사례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기존 'PIT 기법'은 차를 들이받아 전복시키기 때문에 용의자나 주변 차량의 사망 위험이 높지만, 그랩플러는 '강제 정지' 후 경찰차가 견인차처럼 붙잡고 있기 때문에 2차 충돌이 현격히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당 5,000달러의 설치 비용은 추격전 중 발생하는 차량 파손이나 민사 소송 비용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는 평가다.
리버사이드 카운티는 현재 10대를 운영 중이며, 올여름까지 총 16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적 한계와 과제
하지만 모든 추격전을 해결해주는 마법의 도구는 아니라는 신중론도 Fox 11 등에서 제기되었다.
지난달 후루파 밸리(Jurupa Valley)에서 발생한 사건처럼, 그물을 쐈으나 제대로 걸리지 않아 결국 충돌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존재한다. '빗나갈 확률(Failure rate)'을 낮추는 센서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장비의 성능은 입증되었으나, 좁은 골목이나 비포장도로에서의 효과, 그리고 고속 주행 시 정확한 조준 등 여전히 숙련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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