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PORTAL

2026년 6월 4일 목요일

광고 자리 320×100

美 가계부채 18.8조 달러, 학자금 연체율 10.3% 돌파… '상위층 파티, 하위층 비명'

카드 빚 1.25조 달러, 연간 700억 달러 급증… 저소득층 가용 소득 '제로' 수준

박성민 기자

미국 가계부채가 18조 8천억 달러라는 역대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가계 내부의 경제적 양극화를 의미하는 'K자형(K-shaped)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견조한 고용과 안정적인 부채 총량(가계부채 총량 0.1% 증가)을 보이고 있지만, 학자금 대출과 신용카드 부채를 중심으로 한 저소득층의 '연체 도미노'가 시작되었다는 분석이다.

상위 20%가 자산을 급격하게 불리는 동안, 하위 20%는 파산 직전에 몰려 있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 부실화 급격 "팬데믹의 보호막이 사라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12일 발표한 '가계부채 및 신용 보고서'는 미국 경제의 '겉모습(총량)'과 '속살(계층별 격차)'이 얼마나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all Street Journal), CNBC, 블룸버그(Bloomberg) 등 현지 언론들이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학자금 대출의 급격한 부실화다.

90일 이상 연체된 학자금 대출 잔액 비율이 10.3%에 도달했다. 이는 작년 4분기(9.6%) 대비 눈에 띄는 상승세로, 연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졸업생과 사회 초년생, 부모 모두 비명을 지르고 있다. 10.3%의 학자금 연체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젊은 층의 소비가 마비되고 결혼과 출산이 뒤로 밀리는 '미래의 소멸'이다.

여기에 상환 유예 종료 이후 교육부의 채무조정 절차로 이관된 대출자만 260만 명에 달한다. 학자금 연체 전환율은 10.9%로, 다른 대출 유형을 압도하는 수치다. 팬데믹 기간 모든 대출자에게 적용되었던 '특별 조치'가 끝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이들은 대부분 졸업 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했거나,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계층이다.

"졸업하면 갚겠지"라는 안이한 설계가 고금리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한 세대의 경제적 자립을 가로막는 'K자형 침체'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신용카드 부채 "고물가·고금리의 직격탄"

신용카드 문제도 심각하다. 신용카드는 미국 저소득 가계의 '생존 수단'이 되고 있지만, 그 대가는 가혹하다.

신용카드 부채 총액은 1조 2천5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700억 달러(5.9%)나 늘어났다.

90일 이상 심각한 연체율은 7.10%로 고공행진 중이다. 보통 연체율이 이 정도 수준이면 카드사는 한도를 줄이거나 정지시킨다. 당장 쓸 현금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카드 정지는 곧 '결제 수단의 마비'를 의미한다.

쇼핑 시즌이 지나 신용카드 대금 잔액이 소폭 줄었지만,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의 비중은 여전히 위험 수위다.

'K자형' 격차 "부유층은 자산 증가, 서민은 다중 채무"

뉴욕 연은은 보고서의 결론에서 매우 뼈아픈 진단을 내놓았다.

학자금 부채가 전체 금융 시장 시스템을 붕괴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학자금 연체자가 신용카드와 자동차 할부를 동시에 밀리는 '다중 채무 부실'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 시장 덕분에 전체적인 재무 상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평균의 함정), 고물가와 고금리는 저소득층의 가용 소득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있다.

지갑이 팍팍한 수준을 넘어서, 학자금을 상환하고, 자동차 할부를 갚고, 지난달 사용한 신용카드 빚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의미다.

뉴욕 한은의 보고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평균치는 멀쩡하지만,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총량이 0.1%만 늘었다는 데이터는 부유층의 안정적인 자산 구조가 하위 계층의 처참한 부실을 가려주는 평균의 위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용 지표가 좋으니 경제가 탄탄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당장 내일의 학자금과 카드 값을 걱정하며 '다중 채무의 늪'에 빠져 있다. 호황의 끝자락에서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맞붙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경제가 좋아졌다"는 트럼프의 수치와 "내 지갑은 비었다"는 저소득층의 체감이 표심에서 어떻게 나타날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기자
©2026 KOREA PORTA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