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보도: “회의실·자판기에 붙은 항의 전단… 메타 직원들 집단행동 개시”
EU 반독점법 위반 리스크에 ‘왓츠앱 한달 무료’ 제안… “매출 10% 과징금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가 AI 에이전트 개발을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마우스 클릭 추적'은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빅브라더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내부 직원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과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조사가 동시에 터지면서, 메타의 AI 전략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메타(Meta)가 안팎으로 벌이고 있는 AI 전쟁이 가히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실리콘밸리의 분노 “우리는 실험실의 쥐가 아니다”
로이터(Reuters)와 CNBC,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들은 메타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프라인 항의'에 주목하고 있다. 전례 없는 집단행동이기 때문이다.
메타 직원들은 사무실 곳곳에 "데이터 공장의 부품이 되고 싶습니까? (Do you want to work in a factory that extracts employee data?)" 등의 전단을 붙이고 있다. 회사의 AI 데이터 수집 방식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다.
직원을 존중받는 개발자나 기획자가 아닌, 단지 AI 성능 향상을 위해 데이터를 뽑아내는 '원료'나 '부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전단에는 동료들이 이 정책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회의실과 화장실에 붙은 '데이터 공장' 비판 전단은 자유로운 사내 문화를 자랑하던 구글·메타 계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의 내부 갈등은 사내 게시판인 '워크플레이스(Workplace)'나 이메일을 통해 온라인으로 먼저 분출된다.
이번처럼 회의실, 자판기, 심지어 화장실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 실물 전단을 붙이는 방식은 과거 전통적인 제조 공장의 파업 현장에서나 볼법한 투쟁 방식이다.
이번 일이 큰 논란이 되자 메타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쓰는 실제 사례가 필요하다"고 AI 훈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 4월부터 직원들의 컴퓨터에 '마우스 움직임(마우스 트래킹) 및 키 입력 기록(키로그)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하지만 언론들은 이를 '디지털 감옥(Digital Panopticon)', '디지털 감시'로 규정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개인의 클릭 습관, 버튼 입력 방식 등 아주 미세한 동작까지 수집되는 것이 결국 '상시 감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특히 '키 입력 기록(Keystroke logging)'은 비밀번호나 사적인 대화까지 모두 노출될 수 있어 법적 분쟁 가능성이 크다.
언론 “저커버그의 초조함이 드러난 악수(惡手)”
주요 경제지들은 메타가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분석하고 있다.
오픈AI나 구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인간처럼 행동하는 AI'를 만들어야 하는데, 합법적인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지자 결국 자기 자식(직원)들의 데이터부터 긁어모으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직원들은 미국 연방노동관계법(NLRA)을 인용하며 단결권을 주장하고 나섰으며, 이번 노동권 침해 논란은 향후 실리콘밸리 전체의 AI 데이터 수집 관행에 대한 대대적인 소송으로 번질 수 있는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의 압박 “한 달 무료 접근? 장난하나”
외부적으로는 메타의 왓츠앱을 무기로 한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럽 내 스마트폰 메신저 시장에서 왓츠앱의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사실상 모든 유럽인이 쓰는 필수 플랫폼이다.
메타는 지난 1월부터 왓츠앱 안에서 자사의 AI 어시스턴트인 '메타 AI'만 쓸 수 있게 하고, 다른 회사의 AI 챗봇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갑질을 했다.
이에 경쟁사들인 인터랙션 컴퍼니 등 유럽의 AI 기업들이 "메타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며 제소했고, EU는 즉각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EU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은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로, 수조 원대의 '벌금 폭탄'이 현실화되었다.
결국 메타는 왓츠앱 비즈니스 API를 경쟁사에 한 달간 무료로 열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연간 매출의 10%에 달하는 천문학적 과징금 앞에 무릎을 꿇고 백기 투항, 항복한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한 달은 너무 짧고, 메타가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원을 AI 부품 취급하다니..."
이번 사태는 메타가 AI라는 '금광'을 캐기 위해 '노동자의 인권'과 '시장의 질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둘 다 놓치고 있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저커버그가 직원들이 자신의 마우스 움직임 하나하나를 AI 훈련 데이터로 수집하는 것에 대해 전혀 문제 의식을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해 끔찍하고, 충격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직원을 AI 부품으로 취급한 것에 대한 모욕감의 분출이다.
"일상 작업을 돕는 AI 개발"이라는 앤디 스톤 대변인의 해명은, 도둑질을 하다가 걸리니 "미래의 도둑을 막는 기술을 개발 중이었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궁색하게 들릴 뿐이다.
EU의 과징금 리스크와 내부 인재 유출이 겹친다면, 메타가 그토록 원하는 'AI 패권'은커녕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경제적 자폭이 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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