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부사장 “파운드리는 수조 원 적자, 삼성 아니었으면 벌써 파산했다”
노조 “누군 5억 받고 누군 8천만 원…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흔들려”
JP모건 "5월 21일 총파업 단행 시 삼성전자 영업이익 최대 31조 원 날아갈 것"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붐을 타고 막대한 흑자를 낸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에게 연봉의 600%가 넘는 역대급 성과급을 제안한 반면, 적자의 늪에 빠진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LSI 부문에는 사실상 '최소치'인 50~100%를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은 16일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 교섭 회의록을 단독 입수해 이 같은 초유의 '반도체 내 양극화' 실태와 경영진의 수위 높은 발언을 폭로했다.
“우리 회사 아니었으면 파산” vs “이러면 누가 일하나”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측은 지난 3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에서도 실적이 극명하게 갈린 사업부별로 차등 성과급(인센티브) 안을 제시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로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린 메모리 사업부문에는 연봉의 607%에 달하는 파격적인 보상안이 책정됐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시스템 반도체 라인(파운드리·시스템LSI)에는 50~100% 수준의 성과급만 제시됐다.
이 과정에서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노조를 압박했다.
김 부사장은 회의에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는 현재 수조 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며, 솔직히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의 울타리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이미 파산했거나 문을 닫았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고액의 성과급 지급을 어떻게 주주와 시장에 정당화할 수 있겠느냐"고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이에 대해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즉각 반발했다.
최 위원장은 "메모리 사업부 직원이 성과급으로 5억 원을 챙길 때,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은 8,000만 원만 받게 된다면 어느 직원이 회사에 남아 계속 일할 동기를 찾겠느냐"며, 사측의 차등 보상안이 이재용 회장이 공언한 '2030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라는 핵심 비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핵심 인력의 이탈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측의 이번 607% 대 50% 차등안 카드는 노조의 결속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전형적인 분할 통치(Divide and Rule) 전략’, 즉 성과급을 무기로 한 ‘노노(勞勞) 갈등 유도책’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금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사측이 던진 성과급 폭탄 때문에 "돈 버는 부서만 챙기냐"는 비(非)반도체 부문과 "우리가 벌었는데 왜 나누냐"는 반도체 부문 간의 노노 내분이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위험한 국면이다.
원래 비메모리 부문까지 챙기려 했던 노조위원장이 메모리 부문만 챙기는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선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5월 21일 총파업 초읽기… 미국 마이크론 등 반사이익 조짐
이번 로이터의 폭로로 삼성전자 노사 간의 깊은 감정의 골이 드러나면서, 오는 5월 21일로 예고된 전면 총파업의 현실화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과거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던 삼성전자로서는 창사 이래 가장 치명적인 공급망 마비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JP Morgan)의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이번 파업이 실제로 단행되어 생산 라인(팹) 셧다운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가 입을 영업이익 손실은 최소 21조 원에서 최대 31조 원(약 140억 8,000만 달러 ~ 207억 9,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미세한 가동 중단만으로도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하고 화학 물질 누출 등 안전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월가와 글로벌 테크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 메모리 거두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의 주가가 "삼성의 파업 장기화 시 엔비디아(Nvidia) 등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 안정성을 위해 공급선을 마이크론으로 전격 다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반면 서울 증시의 삼성전자 주가는 파업 리스크가 전면 반영되며 직전 거래일에 9% 가까이 폭락하는 등 시장의 경고음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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