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아침 샌디에이고 최대 모스크인 샌디에이고 이슬람센터(Islamic Center of San Diego, ICSD)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5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캘리포니아주 당국과 경찰은 이 사건을 '증오범죄(Hate Crime)'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 당일의 타임라인: 평화로운 주거지역을 찢은 총성
CNN, 폭스뉴스, NBC, CBS, LA 타임스, ABC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이 발생한 곳은 샌디에이고의 대표적인 중산층 주거지역인 클레어몬트(Clairemont)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이슬람 센터(ICSD)'다.
이곳은 수천 명의 무슬림이 모이는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자, 모스크 바로 옆에 5세 이상 어린이들에게 아랍어와 이슬람 학문, 쿠란을 가르치는 '알 라시드 학교(Al Rashid School)'를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의 심장부다.
매일 기도 시간을 가지고 있고, 무슬림과 비무슬림 커뮤니티 모두를 위한 행사를 다른 모스크들과 협력하여 개최해 왔다.
모스크 주변에는 무슬림 주거지와 아파트, 중동 음식점과 마켓이 밀집해 있는 평화로운 주거 지역이다.
월요일 오전 11시 43분 경, 무장한 괴한들이 울타리를 넘어 모스크 내로 진입하면서 반자동 화기를 꺼내 들고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범인들의 최종 목표는 점심시간 직전 5세 이상의 아이들 수십 명이 모여 있던 '알 라시드 학교 건물 내부'였다.
당시 사원 내부에서는 오전 모스크 견학 프로그램이 마무리되고 있었고, 사원 내 '알 라시드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수업을 듣거나 점심시간을 앞둔 시점이었다.
갑자기 울려퍼진 총성에 현장은 순식간에 비명으로 뒤덮였고, 이후 출동한 수십 대의 경찰차와 FBI 특수요원들이 모스크 주위를 외곽에서부터 겹겹이 포위했다.
첫 911 신고 접수 후 약 4분 만에(약 11시 47분경) 현장에 도착한 대규모의 경찰은 곧바로 용의자 수색 및 치안 확보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보안요원(경비원)과 교직원, 스태프 등 남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모스크 정문 앞에서 발견되었다. 경찰은 즉각 모스크 내부 및 학교 진입 작전을 개시했다.
사망자 중 한 명인 모스크 경비원은 총격 당시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온몸으로 총구 앞을 막아서 더 거대한 유혈 사태, 학살과 참극을 막아내는 데 '결정적인(Pivotal) 역할'을 하고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마당에서 괴한들이 보안요원 등과 대치하고 약 24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는 그 짧은 1~2분의 순간 동안, 건물 내부에 있던 교사들과 스태프들은 즉각 상황을 인지하고 학교 문을 걸어 잠그는 락다운(Lockdown)을 실시해 아이들을 숨겼다.
경찰의 출동에 총격범들은 도주를 시작했고, 모스크에서 몇 블록 떨어진 살레르노 스트리트(Salerno St.)에서도 추가 총성이 보고됐다. 이곳에서 조경업자를 향해 추가로 여러 차례 총격이 발생했으나 다행히 부상을 입지 않았다.
총격범들은 이슬람 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남쪽의 인근 해튼 스트리트(Hatton St.)의 길 한 가운데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앉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모습으로(self-inflicted gunshots) 발견되었다. 경찰의 총기 발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초 총격 시점부터 종료까지 불과 20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들은 17세와 19세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들로 확인되었으나, 당국은 아직 이들의 구체적인 이름과 정확한 범행 동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두 명의 고위 사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관들이 용의자들이 숨진 채 발견된 차량 내부에서 반이슬람(Anti-Islamic) 성향의 서적이나 낙서, 글들을 발견하고 정밀 분석 중이다. 이에 따라 '증오 범죄'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슬람 센터의 이맘(종교지도자) 타하 하산(Taha Hassane)은 모든 학생과 직원들은 현장에서 대피하여 안전하며, 센터는 남은 하루 동안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샌디에이고 통합학구 소속 학교 5곳이 일시 폐쇄(락다운)되었으나, 이후 폐쇄 조치는 해제되었다.
총격 현장에 어린이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의 충격은 배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끔찍한 상황(a terrible situation)"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초기 보고를 받았으며, 앞으로 이 사건을 매우 강력하게(strongly) 들여다보고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월(Scott Wahl) 샌디에이고 경찰청장은 수사 당국이 이번 공격을 명백한 '증오범죄'로 다루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월 경찰청장은 브리핑 중 감정에 북받쳐 울컥하며 "아이들은 모두 안전하다(All of the kids are safe)"고 강조하며, 슬픔에 잠겨 있을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하산 이맘은 "예배를 드리는 신성한 장소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지극히 분노스러운 일"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이 센터가 평소 타 종교와의 교류 및 지역 사회 화합에 집중해 왔으며,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월요일 오전에도 비무슬림 단체가 이슬람에 대해 배우기 위해 사원을 견학하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 사원은 평소에도 종교를 불문하고 소외계층을 돕는 등 사회적 기여를 미션으로 삼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제보 핫라인(1-800-CALL-FBI)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고 있다.
사건 수사를 위해 주간 고속도로 805호선(I-805)과 발보아 애비뉴(Balboa Avenue)를 오가는 진출입 램프를 포함해 이슬람 센터 주변 도로가 수 시간 동안 통제될 예정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재회 장소는 샌디에이고 해서웨이 가 4125번지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클레어몬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에 마련됐다.
샌디에이고와 인접한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뿐만 아니라 동부의 뉴욕 경찰국(NYPD)까지 관내의 모든 모스크와 이슬람 센터, 종교 시설에 대한 순찰 및 경비 인력을 긴급히 증원했다. 현재 두 대도시 모두 구체적인 연계 위협은 없으나, 모방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다.
이번 테러는 전 세계 무슬림들이 이슬람력에서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마지막 달인 '두 알히자(Dhu’l-Hijja, 순례의 달)' 둘째 날이자, 메카 대순례(Hajj)를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발생해 이슬람 사회에 더 큰 충격과 고통을 주고 있다.
희생자 보안요원을 향한 추모 "언제나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던 사람"
이번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보안요원이 평소 "매우 프로페셔널하고 친절했던 사람"으로 지역 공동체의 깊은 애도를 받고 있다.
한 인터뷰어는 희생자가 언제나 모스크 주변을 지키며 직원들과 신도들, 그리고 특히 어린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매우 활기차고, 강인하며, 프로페셔널한 정신을 가진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완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늘 돋보였던 분이었기에, 나와 내 가족 모두 이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도는 사건 직후 미국 CBS8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희생된 보안요원을 추모했다.
그는 "그분은 누구에게나 늘 미소를 지어주던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며, "사원에 올 때마다 항상 반갑게 인사하며 우리를 환영해 주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월 경찰청장도 보안요원에 대해 "공격이 '훨씬 더 끔찍한 참사'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중추적인 역할(Pivotal role)을 했다"고 밝히며 그의 희생을 기렸다.
개빈 뉴섬 주지사 부부 "증오는 이곳에 설 자리가 없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퍼스트 파트너 제니퍼 시벨 뉴섬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총격 참사에 대해 깊은 "공포와 경악"을 표했다.
주지사 부부는 "가족과 아이들이 평화롭게 예배를 드리는 신성한 공간에서 벌어진 폭력 테러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목숨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캘리포니아에 증오가 설 자리는 없다. 신앙 공동체를 향한 그 어떤 테러나 협박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한, 아이들과 신도들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게 대처한 경찰과 구급대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샌디에이고 무슬림 공동체를 향해 "캘리포니아가 여러분과 함께 서 있겠다"고 위로했다.
토드 글로리아 샌디에이고 시장은 월요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샌디에이고 시에 증오가 설 자리는 없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이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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