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LA 한인타운의 심장부와 맞닿아 있는 맥아더 파크(MacArthur Park)의 버스정류장 벤치를 통째로 치워버린 시 당국의 극단적인 ‘적대적 건축(Hostile Architecture)’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FOX 11 LA와 CBS LA 등에 따르면, LA 한인타운 인근의 악명 높은 우범 지대인 맥아더 파크 버스정류장에서 벤치들이 전격 철거되면서 공공 안전과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인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연방 마약단속국(DEA)의 대대적인 펜타닐 소탕 작전이 벌어진 직후 감행된 이번 조치에 대해,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서민들은 "마약상을 잡으라니까 임산부와 노약자의 앉을 권리를 빼앗았다"며 현장에서 고함을 지르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알바라도 & 6가 ‘펜타닐 핫스팟’
LA 시 당국과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이 벤치 커팅 스위치를 누른 핵심 타겟 구역은 맥아더 파크 동쪽을 관통하는 알바라도 스트리트(Alvarado St)와 6가(6th St) 교차로 인근 버스정류장이다.
해당 벤치들은 노숙자들의 고정 침대로 전락했을 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중독자들이 좀비처럼 몸을 꺾으며(Nodding out) 공개적으로 마약을 투약하고 주삿바늘을 투척하는 해방구로 변질되었다는 인근 비즈니스들과 주민들의 빗발친 민원이 벤치 철거의 방화쇠가 됐다.
시장실은 공식 성명을 통해 "벤치 하나는 노후화에 따른 보수(Maintenance)를 위해 수거했고, 다른 하나는 LAPD의 직접적인 공공 안전(Public Safety) 개선 요청에 따라 전격 철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 편의를 인질로 잡은 '임시방편 행정'의 맹점
하지만 현장의 시선은 분노와 냉소로 가득 차 있다. 의자를 치웠다고 해서 노숙자가 사라지고 마약 시장이 셧다운되기는커녕, 무고한 시민들에게 고통이 전가됐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FOX 11 취재진과 만난 임신 6개월 차의 한 임산부는 "출퇴근길에 배가 불러 벤치가 절실한 상황인데 시 당국이 마약 중독자를 쫓아내겠다고 의자를 통째로 없애버린 처사는 약자들에 대한 테러"라며 행정 편의주의를 맹렬히 비판했다.
캐런 배스 시장실은 LAPD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12월 기준 맥아더 파크 일대의 중범죄가 25% 감소했고 소방국(LAFD)의 구급 출동도 20% 이상 줄어들며 방역·치안이 개선되고 있다"고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단속할 때만 잠깐 숨고 밤이 되면 마약상들이 다시 쏟아져 나오는데 통계가 무슨 소용이냐"며 고개를 저었다.
2026 월드컵과 2028 올림픽 앞두고 국제적 망신 위기
주민들이 이번 벤치 철거라는 '눈 가리고 아웅'식 조치에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거대 국제 스포츠 이벤트 타임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2026년) 개최될 FIFA 월드컵과 2028년 LA 올림픽으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관광객과 외신 기자들이 LA 순환 교통망을 이용하게 된다.
한 로컬 주민은 "길바닥에 주삿바늘이 뒹굴고 약에 취해 쓰러진 좀비들이 가득한 맥아더 파크의 풍경이 전 세계 안방으로 송출되는 순간, LA의 마약 위기는 글로벌 망신거리이자 거대한 오점(Stigma)이 될 것"이라며 벤치 철거가 아닌 펜타닐 카르텔의 뼈대를 부수는 근본적 사법 집행을 촉구했다.
실제로 일주일 전, 연방 요원들과 마약단속국(DEA)이 맥아더 파크 일대 갱단 비즈니스들을 급습해 40파운드의 펜타닐을 압수하고 18명 이상의 핵심 공급책을 체포했으나, 이조차도 거대한 마약 생태계를 뿌리 뽑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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