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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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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 최저임금 '25달러' 시대 열리나… "17년 동결 끝내야"

아날릴리아 메히아 의원 '모두를 위한 생활임금법' 발의… 단계적 인상 추진

김도현 기자
美 연방 최저임금 '25달러' 시대 열리나… "17년 동결 끝내야"

공화당 반대라는 거대한 벽… "포퓰리즘인가, 생존을 위한 필수인가" 논란

미 연방하원에서 최저임금을 시간당 25달러(약 3만 4,000원)로 올리는 파격적인 법안이 발의되면서, 미국 내 경제적 불평등과 실질 임금 하락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 폭스비즈니스(Fox Business)에 따르면, 2009년 이후 17년째 시간당 7.25달러에 멈춰 있는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을 세 배 이상 끌어올리는 '생활임금법(Living Wage for All Act)'이 하원에 제출되었다.

이는 단순한 임금 인상안을 넘어, 미국 내 심각한 저임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진보 진영의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법안의 핵심: 대기업부터 2031년까지 '25달러'

초선 아날릴리아 메히아(Analilia Mejia) 의원과 델리아 라미레즈(Delia Ramirez) 의원이 주도한 이 법안은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이원화 단계적 인상'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기업(직원 500명 이상)은 2031년까지 25달러까지 올린다.

중소기업은 상대적 여력을 고려해 2038년까지 완만하게 인상한다.

예외 없이 적용되는 부분도 있다. 팁을 받는 노동자, 장애인, 청소년 등에게 적용되던 '하위 최저임금(Sub-minimum wage)'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다.

25달러라는 숫자는 현재 미국 내에서도 "혁명적이다" 혹은 "미친 짓이다"로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다. 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기존 최저임금을 단숨에 최대 3배 이상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고용주에게 갑작스럽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대기업 2031년, 중소기업 2038년'이라는 구체적인 시차를 둔 점이 법안의 포인트다.

왜 25달러인가? "7.25달러는 빈곤선 이하"

'진보 진영의 기수'이자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는 하원 내 핵심 의원'인 메히아 의원은 "현재의 연방 최저임금은 2026년의 고물가 현실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과거의 유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연방 최저임금을 받는 풀타임 노동자의 연간 수입은 약 1만 5,000달러로, 이는 미국의 어떤 지역에서도 표준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빈곤선 이하'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 소득이 붕괴된 것이다.

주의 격차도 심각하다. 뉴욕(17달러)이나 뉴저지(15.92달러) 등은 자체적으로 임금을 올렸지만, 텍사스·와이오밍 등 약 20개 주는 여전히 7.25달러를 고수하고 있어 주별 경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텍사스나 와이오밍은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진 주이지만, 7.25 달러는 금액은 생계를 꾸리고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주 40시간 꼬박 일했을 때 세전 한 달 월급이 약 1,160달러(약 160만 원)이다.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 지역들조차 최근 몇 년간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피하지 못해 텍사스의 주요 도시(휴스턴, 달라스 등)에서 방 1개짜리 월세는 보통 1,000달러를 넘는다. 7.25달러를 받는 노동자는 월급 전체를 월세로 내도 모자란 상황이다.

텍사스와 와이오밍을 비롯해 미국 대부분의 주들은 땅이 넓어 차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기름값, 보험료, 차량 유지비를 생각하면 7.25달러로는 차를 굴리는 것을 상상할 수 없으며,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에다 보험 혜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아프면 바로 파산 위기이며, 식료품 물가 역시 2009년(마지막 임금 인상 시점)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이들은 결국 투잡·쓰리잡을 뛰며 하루 12~16시간씩 일을 하거나, 한 집에 서너 명 이상이 모여 살며 월세를 나누며, 식료품 지원(SNAP) 등 공공 부조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하여 국가의 재정을 악화시킨다. 비현실적인 최저 임금으로 인한 그림자다.

7.25달러라는 숫자는 더 이상 '최저임금'이 아니라 '정지된 시간'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이 금액으로는 드넓은 대지를 가진 미국 땅에서 역설적으로 방 한 칸 마련하기 힘든 비극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과 고용주들에게 즉각적인 타격이 되어 미국 경제 전체를 악화시키고, 고용 시장을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의 주장도 엇갈리는 이유다.

"중요한 이슈인가?" – 전문가들의 엇갈린 시선

이 법안은 정치적·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정치적으로는 선거의 핵심 카드라는 중요성을 가진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현재 구도상 법안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노동자 편이 누구인가"를 가르는 민주당의 강력한 캠페인 도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인플레이션 vs 소비 진작이라는 대결구도가 만들어진다.

찬성측은 임금이 오르면 가계 소비가 늘어나 경제 선순환이 일어나고,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인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급격한 임금 인상은 인건비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의 폐업과 대규모 해고를 부를 것이며, 결국 제품 가격 인상(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대측의 우려가 팽팽하다.

25달러라는 숫자는 단순한 임금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공정함'에 대한 질문이다.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동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17년째 제자리걸음인 상황을 현실화하라는 요구는, 다가올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 가장 뜨거운 뇌관이 될 전망이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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