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 소비자들이 연료비로 지출한 추가 비용이 415억 달러(약 61조 원)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펜타곤이 발표한 직접적인 군사비 지출(약 290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사실상 미국 국민들이 전쟁 비용을 고스란히 펌프(주유소)에서 '간접세' 형태로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인들은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매달 일정 금액의 '전쟁세'를 주유소에서 납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폭등하는 연료비와 가계 부담
브라운대 왓슨국제공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쟁 직전 갤런당 3달러 미만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현재 4.51달러 수준까지 약 51% 급등했다. 경유 역시 54%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브라운대 연구소는 이를 가구당 평균 316달러(약 44만 원)의 추가 비용으로 환산했다.
인프라 예산이 주유소로 사라졌다
연구소는 415억 달러라는 금액이 얼마나 막대한지 알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공공 인프라 예산과 비교했다.
연방 교량 투자 프로그램으로 투여되는 전국 1만 200여 개 교량 보수 예산(400억 달러)보다 많다.
항공교통관제 시스템 전면 개편에 들어가는 시스템 현대화 비용(315억 달러)도 상회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전기차 보급 사업 예산(189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제프 콜건 브라운대 교수는 "우리는 교통 인프라 혁신에 쓸 수 있었던 막대한 돈을, 미국인 대부분이 원치 않는 전쟁의 연료비로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와 정책적 딜레마
에너지 가격은 단순히 주유소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으로 식료품, 항공권 등 물류비가 급증하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CPI)를 끌어올리고 있고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물가 상승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나는 미국인들의 재정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주유소 영수증에 찍힌 전쟁의 흔적
이번 보고서는 전쟁의 대가가 단순히 '전선에서의 희생'뿐만 아니라 '미국 중산층의 지갑'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정량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연구소는 에너지 가격 충격을 '경제 전반에 부과된 암묵적 세금'으로 규정했다.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했고, 이 비용이 고스란히 최종 소비자인 미국 시민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물가 상승과 경기 정체가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면서, 에너지 정책과 전쟁 수행을 둘러싼 정치적 파장으로 대선 레이스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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