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앨라배마 법인이 식수원 오염 혐의로 피소,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불가피한 처지에 몰리면서, 미국 법인들을 겨냥한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및 연방 소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앨라배마주 리 카운티(Lee County)의 공공 식수 공급을 담당하는 로차포카 수자원공사(Loachapoka Water Authority)와 지하수 우물 관리업체 CPR 웰(CPR Well)이 글로벌 화학 거두 3M, 듀폰을 비롯해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앨라배마 법인(Lotte Chemical Alabama Corp.) 등 총 16개 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의 핵심 식수원인 ‘레이놀즈 우물(Reynolds Well)’에서 발암 물질이자 독성 합성 화학물질인 과불화옥탄산(PFOA)이 19.4ppt 검출되었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규정한 연방 법정 식수 기준치인 4ppt를 무려 5배 가까이 초과한 수치다.
공급자(3M)와 배출자(롯데)를 엮는 그물망 소송
법률 매체들이 분석하는 이번 소송의 특징은 원고 측이 피고들의 역할을 매우 정교하게 쪼개어 ‘연대 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을 묻고 있다는 점이다.
원천 유해물질 제조사인 3M, 듀폰 등에 대해 PFAS의 치명적인 독성과 자연 분해되지 않는 위험성을 수십 년 전부터 알고서도 이익을 위해 물질을 생산·유통하고 은폐했다는 혐의(설계 결함 및 경고 의무 위반)다.
앨라배마주 어번(Auburn)시에서 자동차용 플라스틱 및 화학 부품 공장을 가동 중인 '지역 내 최종 사용자' 롯데케미칼 앨라배마 법인은 ‘PFAS를 공정에 사용하고 산업폐수를 통해 인근 지하수층에 무단 방출한 피고’로 직격당했다.
원고 측은 롯데케미칼 등 현지 제조업체들이 부주의한 폐수 관리로 사유지를 침해하고 공공 수자원을 오염시켰다며 과실(Negligence)과 사유지 침해(Trespass)를 주장하고 있다.
집단 소송 탈퇴하고 '독자 노선' 택한 미국 지자체의 독기
이 사건이 현지에서 무겁게 다뤄지는 이유는 원고인 로차포카 수자원공사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이미 3M(약 105억 달러)과 듀폰(약 11억 8,500만 달러)은 미국 전역의 공공 상수도 시스템이 제기한 PFAS 관련 연방 집단소송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합의를 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로차포카 수자원공사는 그 전국의 집단 합의안에서 자발적으로 탈퇴(Opt-out)하고, 롯데케미칼 등 지역 공장들을 한데 묶어 고향 마당(앨라배마 연방법원)에서 별도의 '독자 소송'을 거는 독한 선택을 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배상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피고들의 부주의가 악의적이었다고 보고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을 요구하고 있다.
3M과 듀폰의 전국 단위 합의금이 총액 116억 달러(약 14조 원)였으니, 이들이 개별 소송을 통해 노리는 판돈 역시 최소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수천억 원) 체급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또한 일반 정수 처리로는 PFAS를 걸러낼 수 없으므로, 최첨단 활성탄 및 역삼투압 영구 여과 시스템의 구축 비용과 향후 수십 년간의 유지·보수 비용 전체를 16개 기업이 연대하여 배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소송은 롯데케미칼 입장에서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직면한 가장 까다로운 사법적·ESG 리스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PA 규제는 기업들에게 엄청난 위협이자 무기다.
EPA가 PFAS를 유해물질로 공식 지정하면서, 지방 지자체들이 "우리 동네 우물이 오염됐다"며 지역 내 가동 중인 제조 공장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법적 공세를 펼칠 수 있는 완벽한 법적 무기가 쥐어졌다.
이번 소송에는 한국의 롯데뿐만 아니라 현지의 자동차 부품업체 CNJ, 금속 가공업체 케이씨솔텍 등 중소 제조업체들도 함께 엮였다.
즉, 미국에 공장을 지은 제조업 기반 기업들이 도미노로 걸려들면서 환경 규제라는 거대한 '덫'에 걸려 자칫하면 수백만 달러의 정화 비용 분담금을 지게 될 위기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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