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사건에 연루되어 사망한 여학생이 자연사로 처리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가해 학생을 '살인 혐의'로 체포하며 엄벌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으나, 검시국의 '자연사' 반전 판정으로 사건이 거대한 미궁에 빠진 것이다.
단순한 학폭 사건을 넘어 '법의학적 인과관계(Forensic Causality)'와 '유족의 감정적 정의(Emotional Justice)'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LA 지역 사회가 깊은 슬픔과 격렬한 법적 공방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극의 시작: 언니를 지키려던 12세 소녀의 죽음
지난 2월 17일, LA 샌퍼난도 밸리에 위치한 리시다 차터 고등학교(Reseda Charter High School) 복도에서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6학년에 재학 중이던 킴벌리 자발레타(Khimberly Zavaleta·12)는 친언니(15)가 한 무리의 학생들에게 집단 괴롭힘과 신체적 폭행을 당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킴벌리는 언니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졌고, 그 난투극 와중에 누군가 던진 무거운 알루미늄 금속 물병이 킴벌리의 후두부를 정확히 직격했다.
당일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별다른 정밀 촬영(CT 등) 없이 귀가 조처된 킴벌리는 사흘 뒤 발작과 심정지를 일으키며 쓰러졌다.
결국 UCLA 매텔 아동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머리뼈 일부를 잘라내는 긴급 뇌수술을 받았지만, 나흘 뒤인 2월 25일 끝내 숨을 거두었다.
형사 재판의 급반전: '살인 혐의 체포' 뒤흔든 검시국 결과
사건 직후 LAPD(LA 경찰국)는 이 사건을 명백한 '학폭으로 인한 강력 범죄'로 규정했다.
경찰은 집중 수사 끝에 지난 4월초, 킴벌리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 청소년(신원 미공개)을 '살인 혐의(Murder suspicion)'로 긴급 체포했으며, LA 카운티 지방검찰청 역시 형사 처벌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3개월 만인 5월 19일, LA 카운티 검시국(DME)이 부검 결과를 공식 발표하면서 사건의 흐름은 완전히 뒤집혔다.
검시국은 킴벌리의 최종 사망 원인을 ‘자연성 소뇌 동정맥 기형(AVM) 파열에 따른 뇌출혈’로 규정했으며, 사망의 방식(Manner of Death)을 범죄(Homicide)가 아닌 ‘자연사(Natural)’로 공식 결론 내렸다.
AVM은 뇌 안에서 동맥과 정맥이 엉키는 선천성 희귀 혈관 질환이다.
검시국은 "학교에서 발생한 물병 피격 사건이 자발적 뇌출혈을 유발했다는 직접적인 법의학적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차가운 답변을 내놓았다.
유족의 피눈물 "학폭 면죄부 주는 의학적 살인" 강력 반발
이 같은 결론이 나오자 유족과 그들의 법률 대리인인 유명 로펌 '패니시 시어 라비푸디(Panish | Shea | Ravipudi LLP)'의 로버트 글래스맨 변호사는 즉각 분노를 표출하며 강력 반발했다.
"물병에 맞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다"
유족 측은 "평소 아무런 증상 없이 밝게 노래하고 춤추던 12살 아이가 학교에서 금속 물병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직후 치명적인 뇌출혈을 일으켰는데, 이를 지병에 의한 자연사로 결론짓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가해자의 물리적 충격이 휴면 상태였던 혈관 기형을 자극해 파열시켰다는 주장이다.
딸을 잃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학폭 가해자가 던진 금속 물병이 직접적인 살인 도구가 확실한데, 국가 기관(검시국)은 "원래 머릿속 혈관이 약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였으니 물병 탓이 아니라 자연사"라며 가해자와 학교 측에 형사적 면죄부를 쥐여준 꼴이 된 것이다.
LA 교육구(LAUSD) 향한 칼날
유족들은 검시국의 판정과 관계없이 LA 통합교육구를 상대로 한 '과실치사 및 부당사망(Wrongful Death)' 민사 소송을 중단 없이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인 엘마 추키파는 "사건 수개월 전부터 아이들이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학교 당국에 수차례 경고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학교가 이를 완전히 방치했다"며 시스템의 직무유기를 고발했다.
쟁점,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현재 미 법조계와 교육계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검시국이 '자연사' 판정을 내림에 따라,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던 가해 학생에 대한 형사 기소는 법의학적 증거 부족으로 전면 취하되거나 단순 폭행 수준으로 대폭 감형될 위기에 처했다.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가해자의 폭력 행위가 피해자의 숨겨진 지병을 촉발했을 때, 그 물리적 타격을 어디까지 법적 살인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중대한 사법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통계에 따르면 LA통합교육구 내에서만 한 해에 6,600건 이상의 교내 폭력 사태가 보고되고 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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