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OC) 가든그로브의 항공우주 부품 제조사 'GKN 에어로스페이스(GKN Aerospace)'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 및 폭발 위기 사태가 엿새 만에 공식 종료되었다.
그러나 대피령 해제와 함께 주민들의 공포는 거센 분노와 규제 요구로 바뀌고 있다.
통제 불능의 '열폭주(Thermal Runaway)'
LA 타임스, OC 레지스터, NBC LA, ABC7 뉴스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계 결함이 아닌, 화학 산업계가 이미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던 '열폭주 반응'에 의한 것이었다.
탱크 내 냉각 시스템이 멈추면서 고반응성 화학물질인 MMA(메틸 메타크릴레이트)가 액체에서 고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열이 발생했다. 이 열이 다시 반응을 촉진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탱크 내부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화학 반응으로 밸브가 고착되어 중화제 투입이 불가능해지자, 소방대는 6일간 무려 900만 갤런 이상의 물을 쏟아부으며 탱크 온도를 낮추는 원시적이고도 힘겨운 냉각 작업을 지속해야 했다.
"업계의 예견된 참사"… 안전 불감증 비판
미 화학안전위원회(CSB) 등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예방 가능한 참사'였다고 지적한다.
미국 내 화학 사고의 15%가 열폭주와 관련되어 있으며, 2020년 인도 가스 누출(12명 사망) 등 유사한 대형 사고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 당국이 안전 강화 조치를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화학시설들이 수익성을 위해 안전 설비 투자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민들의 분노 "왜 주거지 한복판에 위험 시설이 있는가?"
26일 저녁 열린 가든그로브 시의회 긴급회의는 주민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5만 명의 주민이 강제 대피하며 겪었던 혼란과 공포는 "즉각 해당 시설을 폐쇄하라"는 강력한 요구로 표출되었다.
주민들은 대피 과정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얼마나 머물러야 할지 등 시 당국의 안내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으며, 정부의 초기 대응이 총체적 부실이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법적 책임 추궁과 규제 강화
토드 스피처(Todd Spitzer) 오렌지카운티 검사장은 GKN 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그는 내부 불법 행위나 안전 규정 위반을 제보하는 직원에게 보호를 약속하며 엄정한 수사를 예고했다.
이번 사태는 미 화학산업 전체에 대한 안전 점검을 요구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주거 밀집 지역 내 위험 시설 운영에 대한 조례 개정과 환경 규제 강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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