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미국이 이제는 자국민이 떠나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
2025년 미국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순이민(Net Migration) 규모가 마이너스(순유출)를 기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를 비롯한 주요 연구 기관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순유출(Net Migration Negative)’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보다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뜻으로, 미국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인구학적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탈미국(Exodus)' 현상은 2026년 현재 미국에서 인구 통계학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탈출 러시”… 지난해 최소 15만 명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해외 이주 통계는 부재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국을 떠난 자국민(미국 시민권자)이 최소 15만 명에서 최대 3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디언이 보도했다.
특히 시민권 포기자 수는 2000년대 초반 연간 수백 명 단위에서 지난해 5,000명 수준으로 폭증하며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왜 떠나는가?”… 경제·정치적 벼랑 끝
전문가들과 미 언론은 이 현상을 '도널드 대시(Donald Dash, 정치적 상황에 따른 탈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실제 원인은 훨씬 구조적이고 복합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탈미국(Exodus)’ 현상의 배경으로 고물가와 주택난을 최우선 원인으로 꼽는다.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생활비와 주택난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이 붕괴된 것이다.
설문 응답자의 70%는 "미국에서의 자가 소유는 더 이상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답하며, 경제적 생존을 위해 해외 이주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중산층조차 미국 내에서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국가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 갈등, 총기 폭력에 대한 불안, 의료 비용 문제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극심한 정치적 분열과 사회 불안은 중산층과 고학력 전문직들이 미국을 ‘살기 좋은 곳’이 아닌 ‘불안한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이 영구적으로 미국을 떠나고 싶어 하며, 특히 여성층과 젊은 전문직 사이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의 보편화와 일상화도 주요 원인이다.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업무 환경은 미국을 떠나 유럽, 멕시코 등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에게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다. 물리적으로 미국에 거주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새로운 보금자리, 유럽과 멕시코
미국인 이주자들은 주로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등 유럽 국가와 멕시코를 선택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인구 감소,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인 숙련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으며, 비자 문턱을 낮추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미국인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제적 경고등… 노동력과 세수 감소 우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구 유출이 단순한 이동을 넘어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있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임플란(IMPLAN)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인구 유출은 향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 활동 감소, 세수 감소, 노동 시장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숙련된 전문직과 중산층의 이탈은 미국의 미래 세수 기반을 약화하고 노동 시장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자국민이 스스로 미국을 ‘탈출해야 할 곳’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미국 사회 전반의 신뢰 시스템에 강력한 경고등을 켜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모험을 즐기는 일부 계층의 이동이었다면, 이제는 평범한 미국인들까지 경제적 생존과 삶의 질을 찾아 국경 밖으로 나가고 있다"며, 이번 현상이 미국의 인구 통계학적, 경제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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