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서 발생한 이민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미국 내에서 강력한 이민 정책의 이면에 숨겨진 '인권 사각지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AP통신의 최근 탐사 보도에 따르면, 현 시스템은 관리 부실을 넘어 시스템적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격적인 통계 "매년 1명 미만에서 10명 이상으로"
AP통신의 자체 집계 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취임한 2025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최소 10명의 구금자가 시설 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통상 연간 0~1건 수준이었던 자살 사례가 불과 1년여 만에 10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에만 7명이 사망하며, ICE 설립 이후 회계연도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이미 경신했다.
2025년 1월 이후 ICE 구금 중 사망한 51명 중 약 20%가 자살로 판명되었다.
초기 심사부터 총체적 난국, 관리 시스템 붕괴
전문가들과 인권 단체들은 이번 자살 급증 사태를 단순히 개인의 비극으로 보지 않고 있다.
과거 ICE 자문역을 맡았던 호머 벤터스(Homer Venters) 박사는 "수용자들이 시설에 들어오는 초기 단계부터 적절한 정신 건강 평가와 심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사망자가 정신 질환 징후를 보였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여기에 언어 소통이 불가능한 구금자에게 통역 서비스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등 '관리 시스템의 기본'이 무너져 있다는 것이 언론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사망자의 상당수가 CoreCivic, GEO Group 등 대규모 민간 위탁 운영 시설에서 발생했다. 비용 절감에 치중한 민간 시설들이 보건 표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추방자 악마화와 실상 사이의 간극
트럼프 행정부는 추방 대상자들을 "최악 중의 최악"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정당화하고 있으나, 데이터는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자살로 사망한 10명 중 7명은 미국 내에서 폭력 범죄 기록이 없었다.
최근 이슈가 된 콜롬비아 출신 청년 브라이언 라요 가르손의 경우, 도난 신용카드 사용이라는 경범죄로 구금된 후 코로나19 격리와 정신적 고통 속에서 적절한 의료 조치 없이 방치된 끝에 사망했다.
미 의회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를 "인도적 재앙"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시설 조사와 독립적인 감독 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딕 더빈(Dick Durbin) 상원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기록적인 예산을 쏟아붓고도 인명 사고를 막지 못하는 시스템은 도덕적으로 파산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기조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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