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AB 645' 시범 프로그램이 올여름 LA시 전역으로 확대된다.
앞서 시행된 도시들에서 극적인 과속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벌금 수입을 위한 도구'로 보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LA시가 과속 단속 카메라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LA시 교통사고 사망 및 피해 규모 (2025년 기준)
LA의 교통사고 상황은 매년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상태이며, 인명 사고의 중심이자 가장 큰 원인에는 '통제되지 않는 과속'이 자리 잡고 있다.
시 당국이 과속 카메라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러한 압도적인 사망 통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LA시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살인 사건 피해자 수보다 더 많을 정도로 심각하다.
2025년 한 해 동안 LA 시내에서만 290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같은 기간 LA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사망자 수보다 60명 더 많은 수치다.
특히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150명 이상이 보행자였으며, 이는 전체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보행자 안전이 취약함을 보여준다. 차를 타지 않고 걷는 사람들에게 LA 도로는 범죄 현장보다 더 위험한 곳이 된 셈이다.
LA 카운티 전체로 확대하면 2025년 총 526명이 교통 사고로 사망하고, 56,682명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등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인명 사고의 주범: '과속(Speeding)'
LA 교통사고에서 과속은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치명적인 살인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LA 교통 사망 사고의 1위 원인은 과속이다. 음주 운전(DUI)이나 약물 관련 사고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LA시 사망 사고 5건 중 1건은 직접적으로 과속에 의해 발생하며, 전체 교통 사망 사고의 약 3분의 1이 속도와 관련이 있다.
2025년 LA 카운티에서 '안전하지 않은 속도(Unsafe speed)'로 인해 발생한 사고도 총 29,328건에 달한다.
LA시의 대응과 한계
LA시는 지난 2015년부터 교통사고 사망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비전 제로(Vision Zero)'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목표 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는 이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약 3억 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초 2025년까지 사망자 0명을 목표로 했으나, 최근 감사 결과 부처 간 협업 부족과 정치적 의지 결여로 인해 목표 달성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으로 올가을부터 과속 단속 카메라 125대를 사고 다발 지역(학교 근처, 고령자 센터 주변 등)에 설치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확실한 효과' 데이터
샌프란시스코 시 교통국(SFMTA)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과속 단속 카메라 33대를 운영한 결과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프로그램 시행 전 전체의 25%에 달했던 과속 차량 비율이 시행 1년 만에 6%로 줄어들었다. 과속 비율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제한 속도보다 시속 11마일 이상 과속하는 고위험 주행 차량도 약 80%나 감소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높은 준법정신을 가진 것도 드러났다.
운전자의 82%는 단 한 번도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으며, 재범률은 35% 수준에 머물렀다.
단속 카메라의 효과가 명확하지만, 과속은 거의 하는 사람만 하고, 카메라에는 찍히는 사람만 찍힌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습적으로 과속하는 이들에 대한 억제 효과 역시 뚜렷하다.
뉴욕시의 5년 데이터가 증명하는 '습관의 변화'
뉴욕대 도시 교통 분석 연구소(C2SMART)의 보고서는 이 프로그램의 장기적 효과를 뒷받침한다.
뉴욕시는 카메라 설치 5년 만에 속도위반 재발률이 60% 감소했다.
연구소 측은 카메라 설치 후 약 1년 반이 지나면 운전자들이 해당 구역에서 과속을 멈추는 '학습 효과'가 발생해 위반 사례가 대부분 근절된다고 분석했다.
논란의 핵심: "안전인가, 재정 충당인가?"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비판론자들은 시 정부가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운전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재정 확충 수단'으로 카메라를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도로 안전보다는 벌금 수입 목적(Revenue Grab)이 아니냐는 것이다.
많은 운전자들은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는 위치가 사고 다발 지역보다는 '벌금을 걷기 좋은 지점'에 치우쳐 있다고 의심한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벌금 부담이 저소득층 운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액제로 부과되는 벌금은 고소득자에게는 가벼운 금액일 수 있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식비나 월세를 위협하는 큰 부담이 된다.
일부 시민 단체들은 단속 카메라가 상대적으로 도로 정비가 미흡하거나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더 많이 설치되어, 특정 계층에게 '벌금 폭탄'이 집중될 수 있다는 형평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시 당국은 "목적은 벌금이 아니라 안전"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뉴욕의 사례처럼 과속이 근절되면 벌금 수입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재정 확보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뉴욕시의 사례는 당국과 전문가들의 반박의 근거가 된다.
또한 반대론자들의 우려를 반영하여, 이번에 시행되는 AB 645 법안에도 이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들이 포함되었다.
벌금 상한선을 두어 무차별적인 벌금 폭탄을 막기 위해 벌금 액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했다.
또한 카메라를 통해 거둬들인 벌금 수입은 시의 일반 예산으로 막 쓰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도로 안전 개선 사업에만 재투자하도록 법으로 규정하여 '재정 충당용'이라는 비판에 대응하고 있다. 수입 사용처를 제한한 것이다.
LA시의 계획과 전망
올여름부터 LA 전역에 총 125대의 카메라가 설치된다.
2023년 통과된 AB 645 법안에 따른 5년 한시적 시범 프로그램이다.
LA시는 미국 내에서도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 도시 중 하나인 만큼, 이번 프로그램이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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