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CC, 전방위적 ‘차이나 엑시트’ 강행… 미·중 통신 전쟁, ‘루비콘강’ 건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의 기술적 위협으로부터 자국 통신망을 보호하기 위해 전례 없는 강도의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사용되는 모든 전자기기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중국 연구소'가 완전히 배제되게 했다.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 단계부터 중국의 개입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FCC는 중국 통신사의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운영도 전면 금지시켰다. 이미 통신 사업권이 취소된 상태에서 마지막 보루였던 데이터센터 운영권까지 박탈당하면서, 중국 통신사들은 북미 시장에서 짐을 싸서 완전히 떠나야 하게 됐다.
이번 조치는 전자기기 인증 단계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사실상 중국 기술의 미국 내 침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땅에 중국 통신사의 장비는 물론, 그들이 관리하는 데이터 한 조각도 남기지 않겠다"는 원천 봉쇄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 통신사들에게는 북미 시장 퇴출이라는 가장 강력한 실무적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기기 인증 시험 금지, 드론 및 라우터 수입 금지에 이어 데이터센터까지 금지됨에 따라, 중국 통신 기술 전체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술'로 공식 낙인찍히게 되어 다른 서방 국가들의 추가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특정 기업을 막는 수준을 넘어, 미국 통신 인프라에서 중국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려는 '기술적 봉쇄'의 결정판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내 모든 전자기기, 중국 연구소 인증 시험 금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FCC는 30일 스마트폰, 카메라, 컴퓨터 등 미국 내 사용되는 모든 전자기기에 대해 중국 연구소의 인증 시험을 금지하는 안건을 위원 5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완제품 위주로 규제했다면, 이제는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테스트 및 인증' 단계부터 중국 연구소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FCC 위원 5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은 미국 내에서 정당과 관계없이 중국의 기술적 위협에 대해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기존의 전자기기 인증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앞으로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전자기기는 중국 내 연구소에서 보안 및 성능 테스트를 받을 수 없다. 중국 실험실은 물론 모든 중국의 통신 장비,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다는 의미다.
대신 미국 내 실험실이나 안보 위험이 없는 국가의 실험실에서 시험을 거친 기기에 대해서는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여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중국만 공개 왕따가 된 것이다.
중국 통신사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운영도 금지
FCC는 또한 별도의 투표를 통해 중국 3대 국영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의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운영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이미 미국 내 통신 서비스 운영권이 취소된 상태이며, 이번 조치로 데이터 관리 거점까지 폐쇄하게 되었다.
통신 서비스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데이터센터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나 데이터 저장 비즈니스를 이어왔으나, 이번 결정으로 미국 내에서 어떠한 물리적 데이터 관리 거점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FCC는 미국인의 데이터가 중국 국영 기업의 서버에 머물 가능성을 물리적으로 차단했다.
이번 조치가 중국 측에 치명적인 타격이 되는 이유는 단순히 시설 폐쇄를 넘어 데이터 주권과 글로벌 비즈니스 망의 차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운영 금지는 중국 통신사들이 미국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 자체를 물리적으로 끊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와, 글로벌 데이터 허브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든다.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자국 통신사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던 관행도 불가능해진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비즈니스 운영 비용 상승과 데이터 보안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ZTE 장비 퇴출도 가속화
FCC는 현재 화웨이(Huawei)나 ZTE와 같은 중국산 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타 통신사와의 상호 통신연결(interconnection)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단순히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 해당 장비를 쓰는 사업자와의 네트워크 연결 자체를 차단해 고립시키겠다는 강력한 제재안이다.
단순히 중국 통신사만 막는 것이 아니라, 화웨이나 ZTE 장비를 쓰는 다른 나라 통신사와의 상호 연결까지 금지하는 것이기에, 중국은 기술적으로 완전히 고립될 수 있다.
화웨이나 ZTE 장비를 쓰는 다른 나라 통신사와의 연결성까지 검토 대상에 올린 것은, 전 세계 통신 시장에서 중국산 장비를 쓰는 사업자들을 고립시키겠다는 매우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조치다.
중국은 불량 국가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불량 행위자(bad actors)로부터 우리 통신망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결정이 바이든 행정부 이후 지속되어 온 '중국 기술 압박'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FCC의 대중국 규제 일지
2025년 10월: 홍콩 통신사업자 HKT의 미국 내 사업 운영권 취소 착수
2025년 12월: 중국산 신형 드론 수입 금지
2026년 3월: 중국산 소비자용 라우터 신규 모델 수입 금지
2026년 4월: 중국 연구소의 기기 테스트 금지 및 3대 통신사 데이터센터 폐쇄
미국은 이제 소프트웨어나 완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 단계인 '인증 및 테스트' 과정에서부터 중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표준과 인증'의 전쟁으로 확산되었음을 의미한다.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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