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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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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미 이민 단속의 진화: ICE 급습 대신 지역 사법망 활용한 ‘보이지 않는 추방’

이지은 기자
[심층 리포트] 미 이민 단속의 진화: ICE 급습 대신 지역 사법망 활용한 ‘보이지 않는 추방’

미국 내 이민 단속의 패러다임이 과거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요란한 현장 급습 방식에서, 지역 사법 시스템에 스며든 '조용한 단속'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이민자들에게 더 큰 심리적 압박과 실무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단속의 시작은 ‘동네 경찰’로부터

시러큐스 대학교의 오스틴 코처(Austin Kocher) 교수는 최근 브리핑에서 “모든 이민 단속은 지역 현장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과거처럼 ICE 요원들이 사업장을 들이닥치는 대신, 이제는 다음과 같은 일상적인 경로가 추방의 ‘입구’가 되고 있다.

교통 단속 및 일상 신고: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이나 911 신고 출동 시 이뤄지는 신원 확인이 체포로 이어진다.

지역 시스템의 연쇄 작용: 지역 경찰에 의한 체포가 구금시설 이송과 이민법원 회부로 이어지며 실질적인 추방 절차가 시작된다.

핵심 병기: ‘287(g)’ 프로그램의 확대

전문가들은 ICE가 지방 법 집행 기관에 이민 단속 권한을 위임하는 ‘287(g)’ 프로그램에 주목한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약 1,300개 이상의 기관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87(g) 프로그램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주 또는 지방 법 집행 기관에 연방 이민법 집행 권한 일부를 위임하는 제도다.

특정 훈련을 받은 지역 경찰이나 셰리프 요원이 권한 위임을 받아 자신의 관할 구역 내에서 연방 이민관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체포된 개인의 이민 신분을 확인하거나, 추방 대상자를 파악하여 구금 시설로 인계하는 등의 업무가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지역 사법 시스템을 이민 단속의 핵심 경로로 변질시킨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찰의 일상적인 법 집행 과정이 '보이지 않는 추방'의 시작점이 됨에 따라 이민자 사회에 큰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제도가 실제 단속 강화의 수단으로 쓰이지만, 정치적 선전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난처법’의 한계와 비공식 협력

캘리포니아와 같은 ‘피난처 주(Sanctuary State)’에서는 법적으로 지역 경찰과 연방 당국의 협력을 제한(예: SB54 법안)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공식적인 협력이 금지되더라도 정보 공유, 구금 시설 운영, 현장 질서 유지 등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간접 협력은 여전히 활발하다.

대도시의 공개 단속은 정치적 상징성이 크지만, 실제 대규모 추방은 지역 시스템 내부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보이지 않는 단속’에 의해 결정된다.

‘알 권리’ 차단과 정보 접근의 장벽

이민 단속 과정의 투명성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벤투라 카운티 사례처럼 셰리프 요원의 바디캠 영상이 ‘수사 기록’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되는 등 제도적 장벽이 높다.

연방 정보공개청구(FOIA) 신청이 폭주하면서 처리 기간이 1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빈번해져, 실시간 감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는 한인 사회를 포함한 이민자 커뮤니티에 깊은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사건으로 여겨졌던 이민 단속이 이제는 경찰의 교통 단속 자체에 대한 공포로 전이되었다. 일상이 공포가 된 것이다.

사소한 신고가 추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거나 정당한 법적 도움을 요청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는 이민 단속 시스템일수록 더 철저한 언론의 감시와 지역사회의 투명성 요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력이 비가시화될수록 그에 대응하는 민주적 통제 장치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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