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적 신념이나 개인적인 이유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금 신고 의무와 경제적 부담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기준 4,889명 포기, '역대급' 증가세

해외 거주 미국인 지원단체인 '아메리칸스 오버시즈(Americans Overseas)'에 따르면, 2025년 미 국세청(IRS) 명단에 오른 시민권 포기자 수는 4,889명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유례 없는 시민권 포기의 핵심에는 FATCA(해외금융계좌신고법)이 있다.

미국은 시민이 세계 어디에 거주하든 전 세계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시민권 기반 과세'를 고수한다. 특히 2010년 제정된 FATCA 규정은 해외 거주 미국인들에게 복잡한 금융 보고 의무를 부여하고, 유럽 등지의 금융기관들이 이들과의 거래를 기피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우연한 미국인(Accidental Americans)' 문제도 있다.

미국에서 잠시 태어났거나 미국인 부모를 두어 자동 취득했으나 미국 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이, 성인이 된 후 과도한 세금 신고 의무와 금융 거래 제한으로 인해 시민권 포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민권 포기, 그 지난한 과정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여기에는 상당한 비용과 행정적 절차가 수반된다.

다른 국가의 시민권이나 영주권 등 합법적 체류 자격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최근 5년간의 세금 신고를 완벽히 완료해야 하며, 자산 규모가 200만 달러를 넘는 경우 별도의 '출국세(Exit Tax)'가 부과될 수 있다.

시민권 포기 시 미국 내 거주 및 취업 권리를 상실하며, 향후 미국 방문 시 외국인과 동일하게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또한 한번 포기한 시민권은 되찾기 매우 어렵다.

전문가들 "세금 때문에 시민권 포기는 위험"

전문가들은 "세금 몇 천 달러를 아끼기 위해 시민권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미국 시민권이 가진 이동성과 거주권이라는 강력한 자산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일부 의원들은 해외 거주 미국인들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법안을 검토 중이나, 여전히 시민권 기반 과세라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요원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해외 거주 미국인들의 불만과 시민권 포기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