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카탈리나섬에서 서식 중인 수천 마리의 노새사슴을 둘러싸고 생태계 보호와 동물 보호, 주민 안전을 내세운 찬반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주정부의 승인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던 사슴 제거 작전이 거센 정치적·법적 저항에 부딪혔다.
100년 만에 터진 역습… 노새사슴은 왜 섬의 골칫거리가 되었나?
큰 귀가 노새를 닮아 이름 붙여진 노새사슴(mule deer)은 미 서부 전역에 흔하지만 카탈리나섬의 토착 동물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사냥 등을 목적으로 인간에 의해 섬에 유입되었으며, 천적이 거의 없는 고립된 섬 환경 특성상 개체수가 수천 마리 규모로 폭증했다.
섬의 환경 보존을 맡은 캐탈리나 아일랜드 컨서번시(Catalina Island Conservancy) 측은 이 사슴들이 고유 토착 식물을 지속적으로 갉아먹으면서 섬 전체의 생태계를 황폐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면적인 제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과 소방국의 제동… "생태계 복원인가, 산불 위험 자초인가"
이에 맞서 재니스 한(Janice Hahn) LA카운티 수퍼바이저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사슴 제거를 허용한 주정부의 승인을 중단하거나 취소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토니 마론(Tony Marrone) LA카운티 소방국장은 사슴이 초목을 뜯어먹음으로써 오히려 산불의 대형 연료가 될 수 있는 풀과 덤불을 줄여주는 완충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사슴을 전면 제거할 경우 섬 내 산불 위험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약 4천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섬의 특성상, 생태계 복원 못지않게 주민 안전과 화재 예방 대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안으로 약 200마리 정도만 남겨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천적이 없는 환경 특성상 지속적인 포획·사냥·번식 억제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된다는 현실적 벽에 부딪혀 있다.
주정부 허가에 법정 공방
캘리포니아주 어류야생동물국은 사슴 제거 작전을 최종 허가했으며, 이르면 화요일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슴 제거에 반대하는 시민 단체들과 지역 인사들이 사살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동물 살처분 문제를 넘어 외래종 유입으로 파괴된 생태계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인간이 직면한 딜레마와 안전·비용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